잼버리 파행 책임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북에서 주도한 사업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했고, 민주당은 정부가 잼버리 운영 준비를 책임졌다며 맞서고 있다. 잼버리 사업이 성공했다면 서로 공(功)을 차지하려고 했겠지만, 사실상 실패로 귀결된 상황에서 행사 주도권을 놓고 폭탄 돌리기를 하는 형국이다.
새만금 잼버리는 유치 이후 6년 동안 벌어진 부지 선정부터 실제 운영까지 전 과정을 검증대에 올려놓고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새만금 잼버리에 오명을 남긴 화장실 등 필수시설만 놓고 보면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성가족부는 2021년 11월 새만금 잼버리 관련 시설의 설치 등에 관한 계획을 처음 수립해 고시했다. 이 계획에 따라 잼버리 야영장에 필요한 시설들을 갖췄는데, 정부는 이를 크게 직접 관련 시설과 여건 조성 시설로 나눴다.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4차례 증액을 통해 올 6월 전체 금액을 343억원에서 431억 원으로 늘렸다.
이후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와 전북은 시설 별로 누가 어디를 담당할지 정했다. 상하수도, 중앙보행로, 주차장, 강제배수시설 등 여건조성 시설은 전북에서 맡았다. 여기에 드는 사업비는 235억원이었다.
반면 직접 관련 시설 중 대집회장(전북)과 직소천과정활동장(부안)을 뺀 대부분 조직위에서 설치하도록 했다.
조직위는 전기·통신 시설과 침수대비 쇄석포장 뿐 아니라 야영장에 들어설 화장실, 샤워장, 급수대 등도 담당했다. 이 가운데 화장실 등은 잼버리 기간에 가장 큰 문제를 일으켰던 생활 필수시설들이다. 전기·통신 시설에 50억원, 화장실 등 야영시설에 45억원 등이 책정됐다.
열악한 화장실 등은 153개국이 참여한 국제행사에서 준비 부족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영국과 미국 등이 조기 철수를 한 배경이기도 했다.
청소가 엉망인데다 악취도 심해 화장실을 사용하기 꺼려졌다고 대원들이 많았다. 이런 화장실은 그마저도 부족해 줄을 서야만 했다.
샤워장에는 온수가 아닌 찬물만 나와 냉찜질을 해야만 했고, 외부에 설치된 식수대에서는 되레 뜨거운 물이 나왔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대원은 "샤워실은 천막 하나만으로 구분되어있다. 보려고 작정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화장실과 샤워 시설에 대한 불만의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한 스카우트의 가족은 "한국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 나의 누나는 화장실과 샤워실에 불도 안 켜져서 그냥 어두운 채로 했다"고 적었다.
조직위는 새만금 잼버리지원 특별법에 의해 생겨난 범정부 차원의 조직으로 김현숙 여가부 장관, 민주당 김윤덕 의원이 공동위원장을 맡다가 이번 정부 들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추가됐다.
특별법은 5명의 위원장 가운데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가부 장관에게 조직위 예산에 대한 권한을 갖도록 했다. 그만큼 김현숙 장관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법안을 보면 조직위 자체가 여가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설립됐으며, 조직위가 다음 연도 사업계획과 예산을 짜거나 변경할 때 여가부 장관이 승인이 필요하다. 결산 역시 여가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잼버리 준비·운영을 위한 자금을 차입하거나 수익사업을 하려면 여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가부 장관은 잼버리 조직위를 구성하기 위해 공무원 등을 파견받을 때도 승인 권한이 있다.
역시 특별법에 설립 근거가 규정된 정부지원 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장관, 교육부 장관과 여성가족부 장관이 부위원장이다. 다른 부처 장관과 전북도지사 등은 위원으로 참여했다.
여당에선 "애당초 공동위원장에 여가부 장관이 들어가 있을 뿐, 실제 행사 준비 및 주도는 전라북도가 해왔다"(유상범 수석대변인), "잼버리의 책임기관 중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전북도"(전주혜 원내대변인)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특별법 취지 등과는 동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