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또래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이른바 '신림동 흉기난동 살인 사건'에 대해 검찰은 '젊은 남성'을 의도적 공격 대상으로 삼아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공격한 사건으로 결론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검사)은 11일 살인·살인미수·절도·사기 및 모욕죄 혐의로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33)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달 2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당일 인천에서 서울 금천구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무임승차한(사기) 혐의, 금천구 마트에서 '식칼' 2개를 훔치고(절도), 금천구에서 신림동으로 택시를 무임승차한(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는 또 지난해 12월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지칭하면서 '게이 같다'는 글을 올린 혐의(모욕)도 받는다. 검찰은 조씨가 이 글 때문에 범행 직전인 지난달 17일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자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적 살인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조사에서 조씨는 "모욕죄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 몰래 촬영한 사진 등 불법적인 영상으로 처벌받을 것이 걱정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실제 그는 신림동 범행 당일에도 '모욕죄 성립요건', '야동 스트리밍 처벌' 등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조씨가 대학, 취업, 결혼 등의 실패로 인한 좌절감, 자신의 처지에 대한 열등감, 사회적 소외 등으로 작년 12월경부터 경제활동도 하지 않고, 매일 집에서 게임, 동영상 시청,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작성에 몰두했다고 봤다.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인터넷 검색내역을 종합하면, 조씨는 최근 8개월간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을 하거나, 게임 관련 동영상 채널을 시청하는 등 게임 중독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그는 게임 플레이어가 1인칭 시점에서 무기나 도구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1인칭 슈팅 게임'에 빠져 있었다. 검찰은 조씨가 범행 당일 약 2분간, 110m 구간 골목길에서 흉기로 4명의 피해자를 40여회 공격한 것을 보면 마치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듯 잔혹하게 범죄를 실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검찰은 이 사건이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 감정이 쌓여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에 해당하고,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등 계획적으로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비합리적인 범행 동기를 가지고 자신과 관련이 없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계획적인 공개 범죄를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라며 "모방범죄와 살인예고글 폭증으로 사회적 혼란과 불안을 일으켰으므로, 전담수사팀은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조선을 넘겨받기 전부터 전담팀을 꾸리고 조선의 범죄 전력과 관련 사건 자료, 소년분류심사원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전담팀은 현장검증과 인터넷 검색 내역과 게임 접속 내역, 주거지, 구치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 통합심리분석 등은 물론 가족과 지인 등 총 35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벌였다.
전담팀은 이와 함께 조선의 범행 이후 신림역 인근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협박글을 인터넷에 올린 이모(26)씨를 살인예비·협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4일 신림역 인근에서 여성들을 살해할 목적으로 칼날 길이가 21cm에 달하는 흉기를 구매하고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또 지난 3월부터 5개월에 걸쳐 약 1700개에 달하는 여성 혐오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전담수사팀을 '비상대응팀'으로 유지하겠다며" 앞으로 국민의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위협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흉기 난 등 이상동기 강력범죄, 살인예고 등 모방범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검찰청은 전날까지 온라인상에서 '살인예고' 등 위협글을 게시한 12명을 구속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