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부산지역에 최근접했던 10일 오전 부산에서는 200건이 넘는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후 점차 태풍 중심에서 멀어지면서 신속하게 피해 복구가 이뤄지고, 도로 통제가 해제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부산에서는 270건의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7시 55분쯤에는 강서구 화전동의 한 도로가 침수돼 차량 안에서 고립됐다는 운전자의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바퀴가 절반가량 물에 잠긴 채 고립된 차량 안에서 20대 운전자를 무사히 구조했다.
오전 11시쯤에는 북구 화명동의 한 주택에서 마당의 천막을 해체하려던 60대 남성이 강한 바람이 몰아쳐 쇠기둥에 머리 등을 부딪히기도 했다. 해당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7시쯤 사상구 주례동의 한 주택가에선 집 담벼락이 무너지려 한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오전 8시 25분쯤에는 동구 초량동 한 아파트에서 건물 외벽이 떨어졌다.
이외에도 북구와 해운대구 등 부산 곳곳에서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건물 간판이 떨어질 것 같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사상구와 금정구 등의 주거지에서는 옥상 물탱크가 바람에 날아갔다는 신고도 들어왔다.
오전까지 강한 비바람이 이어지면서 월파와 침수 우려가 컸지만, 다행히 큰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매년 태풍이 올 때마다 월파 피해를 입었던 해운대구 마린시티도 건물 파손 등 피해를 입은 아파트나 상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오후 마린시티 일대에는 여전히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주민들이 도보를 걸어다는 등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해운대 마린시티 주민 A씨는 "비바람이 창문을 굉장히 강하게 두드리는 등 태풍의 세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지난 태풍에 비해선 약한 느낌이었다"며 "주민들도 창문을 잘 잠그는 등 대비를 철저하게 해 걱정보단 수월하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한때 통제됐던 도심 곳곳 해안가 도로와 지하차도도 오후부터 점차 통제가 해제되기 시작했다.
해안가 도로와 교량, 지하차도 등 부산 내 도로 31곳이 한때 통제돼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오후 1시 기준 거가대교와 을숙도대교, 신선대지하차도 등 8곳은 교통 통제가 해제됐다.
이날 오전 첫차부터 운행이 중단됐던 부산도시철도 1~4호선 지상 구간과 부산김해경전철도 각각 오후 12시와 오후 12시 30분부터 운행이 재개됐다. 동해선의 경우 선로 안전 점검 후 오후 4시부터 운행을 재개한다.
동구와 중구 등 주택 침수나 붕괴 우려가 큰 297세대 주민 475명은 사전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오후 3시 기준 73세대 121명은 현재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산기상청은 태풍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부산지역과는 멀어졌지만 밤까지는 계속 영향을 받아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밤까지 부산에는 5~30㎜의 비가 산발적으로 더 내리고, 순간풍속 초속 20m 안팎의 매우 강한 바람도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중심과 멀어지면서 강수는 약해지겠지만 여전히 강한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며 "강풍으로 인한 안전사고 등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