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폭염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부산에도 8일째 폭염경보가 유지되는 등 '역대급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선 지자체들도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평일 오전 북구 구포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 따라 이어지는 집집마다 창문과 현관문을 모두 활짝 열어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각 집에서 흘러나온 텔레비전 소리와 음악소리가 뒤섞여 한적한 골목을 가득 채웠다.
식당 앞 그늘 아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은 어르신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바로 옆 정자에도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설치된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피하하고 있었다.
이상수(74·남)씨는 "집 안엔 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더워서 거의 종일 밖에 나와 있다. 그늘에 앉아서 부채질을 하면 좀 낫다"며 "수입도 없는데 에어컨을 어떻게 트냐. 아무리 더워도 최근에 제일 오래 튼 적이 하루에 30분이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에 위치한 구포시장에서도 상인들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구슬땀을 연신 닦으며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햇빛을 막아줄 천막이 설치되어 있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에 천막 아래도 숨이 턱 막힐 만큼 후끈하긴 마찬가지였다.
구포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상인 최근석(62·남)씨는 "날씨가 더워서인지 손님들도 평소보다 없는데 먹고는 살아야하니까 자리만 계속 지키고 있다"며 "날씨가 적응할 새도 없이 갑자기 너무 더워져서 기운도 없는데 종일 밖에 있으니 말 그대로 죽을 지경이다. 땀이 멈추질 않는다"며 목에 두른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부산에도 연일 체감온도가 35도에 달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지자체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시는 폭염 피해 예방과 신속한 대응을 위해 유관기관 합동 폭염 대응 상황실과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현재까지 36명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특히 이 중에는 야외에서 작업하던 60대 이상 고령층도 포함됐다. 이에 부산시는 논밭과 해안가 지역에 드론 순찰을 시행하고 있다. 폭염에 더욱 취약한 사회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무더위 쉼터 1265곳을 운영하고, 경로당 냉방비 지원, 쪽방촌 주거민들 대상 응급 잠자리 제공 등 대책도 마련했다.
일선 지자체들도 지역 내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발을 벗고 나섰다. 특히 홀몸노인과 중증장애인, 쪽방촌 거주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폭염 피해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구청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상황을 살펴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보건소 직원과 함께 건강 상태도 확인한다.
동구는 쪽방촌 350여 세대에 에어컨 9대와 선풍기 343대 등 냉방시설을 지원했고, 부산진구도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에 간식과 필수 상비약을 제공했다. 금정구와 사하구는 취약계층 거주 주택에 옥상에 태양열을 차단해 건물 내부 온도를 낮추는 '쿨링루프'를 설치를 지원하기도 했다.
해운대구는 도로 열기를 식히기 위해 자동으로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는 '쿨링 클린로드'를 운영하고, 다른 지자체도 살수차나 쿨링포그를 가동하고 있다.
한편 부산기상청은 이 같은 무더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주말에도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르고, 최저기온도 27도에 그쳐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등 폭염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제 6호 태풍 카눈의 이동 경로에 따라 날씨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폭염이 정확히 언제까지 계속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온열질환 등 건강관리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