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와 관련된 민원 청탁을 받고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이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김 경무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 심사)을 거쳐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도망할 염려도 낮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타인 명의로 이뤄진 거래와 관련된 뇌물수수 사실을 다투고 있다"며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알선할 사항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뇌물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현 단계로서는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다만 김 경무관이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김 경무관)가 A씨로부터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A씨는 향후 형사사건 등의 분쟁에서 피의자로부터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위 간부인 피의자가 향후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경무관은 2020년부터 최근까지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수사 관련 민원 청탁을 받고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현금과 법인카드 등 수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초 공수처는 김 경무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않은 대우산업개발 뇌물 관련 혐의에 대한 보강수사를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제동이 걸렸다.
한편 2021년 1월 출범한 공수처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손 송무부장에 이어 이날 김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되면서 공수처의 수사력이 또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