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박영수-김만배 '5억 약정서' 확보…'50억 약속' 스모킹건

2015년 4월 김만배 측에 5억원 송금
5개월 뒤 '자금차용약정서' 작성
"화천대유 주식 담보로 제공" 내용 담겨
檢 "50억원 지급 약속 입증할 물증"
박영수 측 "일방적 주장…문제 없어"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황진환 기자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사이 오간 5억원에 관해 지난 2015년 두 사람이 작성한 '자금차용약정서'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약정서가 박 전 특검의 '5억원 수수 및 50억원 약속' 범죄 사실을 입증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라고 보고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최근 박 전 특검 주변에 대한 보강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김씨와 박영수 전 특검 사이의 금전 거래와 약정 정황이 담긴 자금차용약정서 실물을 확보했다.

이 약정서는 2015년 9월쯤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해 4월 김만배씨가 박 전 특검으로부터 화천대유 유상증자 대금 등 5억원을 빌렸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김씨가 5억원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3년 뒤 한번에 갚는다는 문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약정서 중 "박 전 특검이 원할 경우 상호 협의를 거쳐 화천대유 주식 일부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취지의 조항에 주목한다. 박 전 특검이 빌려준 5억원을 받는 대신 화천대유 주식을 담보로 삼아 주식 배당금 형태로 50억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만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월 우리은행이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여신 의향서를 발급해달라는 청탁을 받았고, 그 대가로 실제 5억원을 수수하고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4월 2일 분양대행업자 이기성씨를 통해 5억원을 받고 바로 다음 날인 같은해 4월 3일 김씨에게 5억원을 송금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지난 6월 박 전 특검에 대한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한 달 여 동안 강도 높은 보강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는 핵심 물증인 약정서를 새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2021년 11월 박 전 특검이 이 약정서를 주변 측근에게 넘겼고, 박 전 특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올해 3월 다시 제3자에게 전달된 정황을 잡았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재청구한 박 전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이런 증거인멸 정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 기자

검찰은 지난 1차 구속영장 때와 달리 박 전 특검과 딸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박 전 특검이 딸 박모씨를 통해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화천대유로부터 11억원을 대여금 형식으로 수수했다는 것이다.

박 전 특검 측은 "검찰이 확보했다는 약정서가 50억원 약속의 근거라는 것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면서 "당시 송금한 5억원은 이미 김만배씨가 이기성씨(이후 나석규)에게 다 갚은 돈"이라고 반박했다.

또 딸 박씨가 받은 11억원에 대해서는 "대여금 중 일부를 갚았고 정상적으로 회사에서 받은 대여금이다. 박씨 외에도 돈을 빌린 임직원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편,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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