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도 사장도 LH출신…순살 아파트에 드리운 '전관 그림자'

연합뉴스·스마트이미지 제공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밝혀진 일명 '순살아파트' 15개 단지의 설계·감리업체 중 대부분 업체에 LH 퇴직자들이 재직 중이거나 과거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경제정의실천연합 자료를 바탕으로 노컷뉴스가 취재한 결과, 15개 아파트 단지를 설계한 업체 중 12개 업체에 LH 퇴직자들의 이름이 발견됐다.

남양주 별내 A25의 설계업체 'KD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는 LH 주택2처장 출신 최모씨가 부회장으로, LH처장 출신 한모씨가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핵심 주요보직을 LH출신들이 도맡은 것이다.

LH 과장 출신 서모씨를 비롯한 LH 퇴직자 3명도 과거 해당 업체에서 일했다.

오산세교2 A6을 설계한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의 경우 LH 단장 출신 민모씨가 사장으로, LH 처장 출신 권모씨가 부사장으로, LH 부사장 출신 권모씨가 부회장으로 과거 근무했다.

지하 주차장 1~2층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관이 현장 점검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또 15개 아파트 단지의 감리업체 중 9개 업체에 LH 출신 전관이 고위 인사로 취업했다.

충남도청신도시 RH11와 오산세교2 A6의 감리업체 '건축사사무소 광장'은 LH 차장이었던 신모씨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과장이었던 주모씨, 부장이었던 한모씨와 고모씨가 사장으로 근무했던 이력이 있다.

음성금석 A2의 감리업체 '행림'에서는 LH 퇴직자인 조모씨가 부회장을, 심모씨가 고문을, 이모씨가 대표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LH 퇴직자들이 설계·감리업체에서 사장, 부회장 등 고위직을 맡으며 LH가 발주한 설계·감리 용역 사업 다수를 따낸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권으로 관계가 얽히면서 본연의 설계·감리 업무가 부실했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발언하는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기자회견을 열어 "LH가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설계용역 상당부분을 LH 전관 영입업체가 가져가고 있었다"며 "감사원은 LH가 전관 영입업체에 사업을 몰아줬을 뿐만 아니라 붕괴사고가 일어날 만큼 불성실하게 업무를 진행해도 이를 눈감아 줬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는 2일 철근 누락으로 문제가 된 단지 설계·감리업체에 현재 전관이 재직 중이거나 과거 재직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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