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중심이 되는 존재는 싸이커스 세계관 속 아이콘인 '트리키'(TRICKY)다. 모두가 유토피아라고 만족해하는 데이터베이스 사회에서 낙제를 받은 10명의 소년이 이 '트리키'와 함께 만든 미지의 '좌표'를 통해 본인들의 잠재력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세계관이 있다는 건, 어떤 팀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이면서, 한편으로는 다가가기 어렵게 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싸이커스가 '세계관이 다'인 그룹은 아니라는 점이다.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 '하우스 오브 트리키 : 하우 투 플레이'를 기념해 싸이커스를 인터뷰했다. 싸이커스는 이번에도 두 개의 타이틀곡을 내세운 이유부터, 라이브 실력을 향상하고자 한 노력, 새 앨범 준비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인터뷰에는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고 현재 치료 중인 멤버 정훈을 뺀 민재·준민·수민·진식·현우·세은·유준·헌터·예찬 9인이 참석했다.
미니 2집 '하우스 오브 트리키 : 하우 투 플레이'도 싸이커스의 '트리키' 세계관에 기반한 앨범이다.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는 세계관을 질문하자 리더 민재는 "K팝 문화에서 세계관이란 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색다르게 즐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하나의 영화를 깊이 있게 오랫동안 보는 걸 좋아하는 관객이 있듯, 세계관에 포커스를 두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라고 운을 뗐다.
KQ엔터테인먼트가 신인 개발 노하우를 녹인 데뷔 시스템 '케이큐 펠라즈'(KQ Fellaz) 2기를 거친 싸이커스는 올해 3월 30일 데뷔한 후 약 4개월 만에 컴백했다. 이번 활동이 데뷔 때부터 계획된 것인지 묻자, 민재는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은 무대가 많기도 하고 빨리 팬분들 만나 뵙고 싶은 마음이었다"라고, 예찬은 "활동 끝나자마자 바로 컴백 준비를 했는데, 저희에겐 빨라도 팬분들은 오래 기다리셨을 것 같았다.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답했다.
타이틀곡은 상반된 매력을 지닌 '두 오어 다이'(Do or DIE)와 '홈보이'(HOMEBOY)다. '두 오어 다이'가 폭발하는 젊음이 느껴지는 곡이라면, '홈보이'는 감성적이고 신비한 느낌이 강조됐다. 데뷔 앨범에도 담겼던 '록 사운드'의 기운을 잇는 곡은 '두 오어 다이'다.
예찬은 "사실 다음이나 다다음 것(앨범)까지 록으로 가져가겠다는 방향성을 가진 건 아니지만, 이번 '두 오어 다이'나 (지난번) '록스타'(ROCKSTAR)를 생각보다 잘 소화하는 것 같다. 많은 분들, 저희 회사분들이 보시기에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나중에 (또)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바라봤다.
민재는 "록이라는 기반 자체가 '멋'이다. 자기를 표현하는 데 거리낌 없다는 걸 서양에선 '록'이라는 말을 쓴다고 하더라. 에너지 넘치고 패기 있는 신인의 열정이, 록 장르 의미랑 잘 부합해서 두 번 연속해서 록 장르 기반 타이틀곡을 선보이게 된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잘하는 것'과 '새로움'. 두 개의 타이틀곡을 선정할 때 삼은 기준이다. 민재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이전 앨범에서 보여드리지 못한 것 두 가지를 다 충족할 만한 트랙을 이드너리(Eden-ary) 선생님들께서 좀 고민을 많이 해서 선물해 주신 것 같다. 또 저희가 다인원 그룹 특성상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퍼포먼스와 어울리는 비트가 많은 편이다. 비트 변주도 되게 다이내믹해서 타이틀곡은 조금 더 화려하고 리스닝 포인트가 더 뚜렷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 제일 신경 쓴 것 중 하나가 '표정 연기'다. 유준은 "연습실에 거울이 있는데 타이틀곡 틀어놓고 들으면서 '이 부분에서는 이런 표정을 지어야겠다' 하고 보면서 연구하다 보니 살짝씩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은은 "1집 때는 아무래도 저희가 항상 거울만 보면서 연습했다. 팬분들이 계시거나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 무대 한 경험이 적어서, 어떻게 해야 카메라에 멋있게 나올 수 있는지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저희끼리 연습할 때 얼굴이 잘 보이게 직원분들이 영상으로 찍어주신 걸 보고 연습했다"라고 설명했다.
음악방송에서 제공하는 직캠도 좋은 교재다. 예찬은 "음악방송 끝나고 이동할 때 음악방송 직캠을 틈틈이 확인한다. 꼭 연습실에서 하는 게 아니더라도 (직캠 모니터를 통해) 어떻게 할까 구상하는 면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민재는 "러닝머신을 뛰면서 노래 부르는 연습하기도 한다. 1집 활동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있는지, 많은 친구가 본인이 가진 음역이나 실력을 뚫고 더 발전시키려고 하더라. 이번 2집 앨범 라이브를 준비할 때 큰 성장의 비결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세은은 "1집 때는 약간 직전에 라이브 준비가 완벽하게 됐다면, 지금은 (더 빨리) 편하게 할 정도가 됐다. 1집 때 연습한 게 바탕이 된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헌터는 "춤추면서 힘 조절하는 법을 알게 됐다. 1집 때는 정말 신인의 패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파워풀하게 보여드렸다면, 2집 때는 여유로운 것도 보여주고, 표정에도 많이 신경을 썼다"라고 말했다.
싸이커스는 정식 데뷔 전부터 다양한 무대를 거쳤다. 지난해 9월 SBS '더 플레이어 : K팝 퀘스트'에서 프리 데뷔 콘서트를 한 것을 시작으로, 케이콘 재팬과 태국 무대에 서는가 하면, 같은 소속사 선배 그룹 에이티즈(ATEEZ)의 미주 투어 오프닝 무대를 도맡았다. 아직 방송하지 않았지만 최근 스페인에서 열린 합동 콘서트에도 참석했다.
진식은 "'록스타' 리허설 땐 에이티즈 선배님이 '너무 떨지 말라'고 앞에서 응원해 주셨다"라고, 민재는 "여상 선배님이 '더 쇼' MC를 맡고 계시는데 저희가 출연했을 때 리허설도 다 지켜봐 주시고 오셔서 피드백도 해 주셨다.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라면서 끝나고 밥도 사 주셨다. 정말 많은 힘을 항상 얻는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싸이커스는 지난 6월 일본 지상파인 니혼TV의 '바즈리즈무'에 출연하기도 했다. 세은은 "제가 일본인 친구들이 있는데 거기 나가는 것만으로 엄청 대단한 거라고 해 줬다. 너무 잘했다고 하는데 되게 뿌듯한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준민은 "일본 팬분들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걸 되게 좋아하시더라. 저희도 일본어를 더 열심히 공부할 계기가 됐던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데뷔 전부터 꾸준히 무대에 올랐던 것은, 멤버들에게도 큰 자산이 됐다. 준민은 "데뷔 앨범 당시 음악방송을 돌았을 때 감독님들이 '무대가 신인 같지 않다'고 많이 해 주셨다. 에이티즈 선배님 오프닝 게스트로 선 덕분에 무대 장악력이 약간 생긴 것 같다"라고 답했다. 유준 역시 "스페인 공연도 큰 무대였는데, 안 떨고 한 것 같아서 (오프닝에 섰던 게) 도움이 되게 많이 됐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들었던 가장 짜릿했던 칭찬은 무엇일까. 예찬은 "음악방송 리허설 때 다른 팬분들도 들어오시는 합동 사전녹화가 있었다. 거기서 한 스태프분이 '괴물 신인, 너무 잘하는 신인 싸이커스의 리허설 시작합니다'라고 해 주셨다. 다른 팬분들도 계시는데 그렇게 소개해 주시니 리허설인데도 불구하고 힘이 너무 많이 났다"라며 웃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