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늘고 금리 오르는데…은행 건전성 악화는?

주담대 규제 완화 등 기조로 가계부채 증가세
대출금리 인상되고 한은 추가 금리인상 고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악화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기조 등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찮다. 은행 가계대출은 3개월 연속 증가해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4개월 연속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6월 말 기준 1062조 3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 9천억원 증가해 잔액 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2조3천억원) 증가세로 돌아선 뒤 5월(4조 2천억원)과 6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6조 4천억원)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주택구입 자금 수요가 확대됐고, 전세자금대출도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을 키웠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출금리 인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한은도 금리인상에 대한 고민이 커지며 시장금리는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은행권 대출금리도 함께 오르며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은행들의 건전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기준)는 연 4.08~6.06%로 집계됐다. 6월 초까지 만해도 눈에 띄던 3%대 주택담보대출도 2개월 만에 사라졌다. 대다수 차주에게 적용되는 하단금리 기준으로 보면 현재 금리는 6월 초(연 3.91~6.15%) 대비 0.17%포인트나 올랐다.

황진환 기자

이러한 상승세는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와 시장금리가 견인하고 있다. 먼저 주담대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11월 4.34%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1월 3%대로 다시 하락했다. 이후 4월(3.44%)엔 올해 기준으로 저점을 찍고 5월(3.56%)과 6월 (3.70%)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4월 말 3.94%에서 지난달 28일 4.23%로 뛰었다. 한동안 3% 후반대를 그리던 은행채 금리는 4% 초중반대로 올라섰다. 주담대 금리는 코픽스와 은행채 금리를 함께 반영한다.

이 때문에 은행권 건전성 지표에도 불안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연체율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말 연체율은 국민(0.13%→0.23%), 신한(0.19%→0.27%), 하나(0.19%→0.28%), 우리(0.18%→0.20%), 농협(0.18%→0.35%) 등 5대 은행 평균 0.28%로 작년 6월 말(0.17%) 대비 0.0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미국과의 금리차 등 국내 시장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데다,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대출 연체 증가 등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우세하다.

이에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추가 충당금을 쌓는 등 손실흡수능력을 키우고 있다. 5대 은행이 올해 상반기에만 추가로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2조 696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 3997억원) 대비 92.6% 증가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충당금전입액이 전년 대비 2배,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 등 지표는 아직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경기침체, 기준금리 인상, 9월 자영업자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종료 등 다양한 상황에 건전성 문제가 겹칠 수 있다.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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