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 가정' 바우처 人당 100만원…난임지원 소득기준 없앤다

저출산고령위 지원대책 발표…다둥이 '임신 8개월'부터 단축근무 가능
쌍둥이 이상은 배우자 출산휴가 10일→15일…도우미 지원기간도 확대
고위험 임산부, 미숙아·선천성 이상아는 소득 무관하게 의료비 지원키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난임·다둥이 맞춤형 지원대책'을 브리핑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연간 출생아가 20만 명대로 급락한 가운데 산모의 고령화로 인한 '다둥이' 출산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쌍둥이 등 다태아를 임신한 가정에는 의료비 지원 바우처 금액을 일괄 140만 원에서 태아당 100만 원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중앙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사업 주체가 바뀐 뒤 지역별로 들쭉날쭉한 난임시술 지원 관련 소득기준도 없앤. 또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의 필수 가임력 검사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다둥이 예비아빠의 배우자 출산 휴가기간도 늘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7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난임·다둥이 맞춤형 지원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복지부 제공

결혼 연령이 오르고 고령산모 비중이 늘면서, 국내 난임 인구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자연히 시험관 등 관련 시술로 태어나는 다둥이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총 출생아의 3.9% 정도였던 다태아는 2021년 5.4%(쌍둥이 1만 3577명·세쌍둥이 이상 450명)로 늘었다.
 
반면 정부 정책은 여전히 '태아 1명' 위주로 설계·운영돼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복지부는 지난 5월부터 네쌍둥이를 자연분만한 가정을 포함한 정책 당사자들과의 현장 간담회를 거쳐 이번 대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그동안 단태아 중심의 지원제도를 개선해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난임 부부, 다둥이 부모님들에게 정부가 마땅히 지원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본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난임·다둥이 가정의 임신·출산·양육 부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먼저 정부는 다둥이 가정의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을 확대한다. 임산부와 2세 미만 영유아 진료 등을 위한 바우처는 현재 단태아 100만 원, 다둥이는 일괄 140만원으로 지급 중인데, 이를 다둥이에 대해서는 '태아당 100만 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 쌍둥이를 임신한 경우 200만 원, 세쌍둥이 300만 원, 네쌍둥이는 400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 제공

다둥이 임산부가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는 기간도 확대한다. 현행 제도상 임금감소 없이 근무시간을 하루 2시간 이내 줄이려면 임신 3개월(12주) 이내 혹은 임신 9개월(36주) 이후여야 가능하다.
 
하지만 다둥이 임산부는 임신 9개월 이전 조산이 많다 보니 실질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이 기간을 '임신 3개월(12주) 이내 또는 8개월(32주) 이후'로 적용토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세쌍둥이 이상은 평균 출산시기(32.9주)를 감안해 임신 7개월(28주) 이후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청구케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둥이 산모의 배우자 출산휴가도 함께 늘어난다. 그간 단태아·다태아 여부와 관계없이 배우자 출산휴가는 열흘로 같았으나, 다둥이를 낳은 산모는 보다 긴 회복기간이 필요하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둥이 가정은 배우자가 충분히 산모의 휴식을 지원할 수 있도록 출산휴가 기간이 15일(주말 포함 최대 21일)로 확대된다. 이를 반영한 법(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도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고용보험에서 중소기업(우선지원 대상기업)에 지원하는 배우자 출산휴가 '5일분(分)'이 너무 적다는 판단 아래 이 역시 10일로 확대키로 했다(고용보험법 개정). 해당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 신청대상이 휴가를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복지부 제공

출산 이후의 양육지원 폭도 넓힌다.
 
현재 산모·신생아 도우미는 돌봄 난이도가 높은 세쌍둥이 이상 가정에도 최대 2명, 최장 25일만 지원되고 있다. 미숙아는 퇴원일로부터 60일, 출산일로부터 120일 이내에만 도우미 지원이 이뤄져 장기입원한 미숙아는 제도 이용이 불가했다.
 
정부는 세쌍둥이 이상 가정에 대해서는 도우미 지원기간을 최대 40일로 확대하고 지원인력도 신생아 수에 맞춰 세쌍둥이는 3명, 네쌍둥이는 4명의 도우미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간적 한계 등의 이유로 세쌍둥이 집에서 도우미를 2명만 요청할 때는 지원인력의 수당을 25%까지 높여 지급하기로 했다.
 
이같은 지침은 내년부터 지자체별 상황에 맞게 관련 규정을 다듬은 뒤 시행된다. 산후도우미 지원 가능기간도 '출산일로부터 180일'로 늘려 미숙아 돌봄 사각지대도 해소한다.
 
복지부 제공

이번 대책에는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출산 후 양육 지원까지 전(全) 과정에 대한 지원방안이 담겼다.
 
정부는 임신을 위해 노력 중인 부부 등이 '건강한 임신'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필수 가임력(생식건강) 검진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5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여성은 △난소기능 검사 △부인과 초음파 등 관련 최대 10만 원, 남성은 정액검사 등 최대 5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는 난임시술 지원은 전국 어디서나 같은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의해 관련 소득기준을 폐지한다.
 
난임시술비 지원은 각 지자체로 이양된 후 시·도별로 편차가 커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미 소득기준 제한을 없앤 지자체는 서울·부산·대구·인천·세종·전남·경기·경북·경남 등 9곳이다
 
가임력 보존을 위해 난자를 냉동하고 해당 난자로 실제 임신을 시도할 경우 보조생식술 비용도 지원한다. '비급여 항목'이라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해동에는 30만 원, 시술(배아배양·이식) 50만~70만 원, 시술 후 단계(검사비·주사제) 40~50만 원 등이 소요된다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아울러 정부는 임산부가 태아 검진시간을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장에 대한 행정지도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 가구'로 제한되고 있는 고위험 임산부 및 미숙아·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을 내년부터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기한도 '출생 후 1년 4개월 이내 진단·수술한 경우'에서 '2년'으로 확대한다.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 중일 때는 신청할 수 없었던 아이돌보미도 다둥이 가정에 한해서는 지원이 가능토록 개선한다. 여러 아이를 동시에 돌봐야 해 아이돌보미가 다둥이 가정 배치를 꺼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수당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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