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싸움으로 '맹탕'된 양평 고속道 공방…野, 오늘 국조 요구

민주당 "국토부 공개 자료 일부 고의 누락했나" vs 원희룡 "전문 괴담꾼"
강하IC 추진 시점 두고도 갑론을박…국토부 "지나친 비약"
원희룡, '전면 백지화'…일부 선회 "선동 중단하면 즉시 추진할 것"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문제를 두고 26일 여야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12시간 넘도록 격한 공방을 벌였지만, 의혹 해소보단 정쟁만 남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의혹 해명보다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공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역시 철저한 의혹 검증보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는 데 급급해하는 등 질의를 원활하게 풀어가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부 공개자료 일부 고의 누락?" vs 원희룡 "전문 괴담꾼"

여야는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을 두고 날카롭게 맞붙었다. 이날 회의에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지는 대화보단, 상대 당의 태도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전문 괴담꾼', '날파리 선동꾼' 등 과격한 단어를 사용해가며 민주당을 자극했다.

민주당은 국토부가 최근 국민에게 직접 검증받겠다며 공개한 55건의 자료를 두고, 국토부가 고의로 일부 내용을 누락했을 가능성을 파고들었다.  

민주당 국토위 간사 최인호 의원은 "국토부가 그동안 국회의 자료 요청에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자료들이 지난 일요일(23일) 대거 공개됐다"며 "공개된 자료도 핵심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부분 공개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목적으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국회와 국민을 무시해 온 원희룡 장관의 사과부터 받고 현안질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맹성규 의원은 타당성 조사 착수 직후 모두 16차례 이어진 회의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국토부의 주장을 반박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맹 의원은 "원 장관도 모르고 계시는 것이 있다. 16번 회의할 때 자료가 없다고 했는데, 이렇게 한 번 회의할 때마다 이런 자료가 있다. 검토를 해보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국토부가 작성한 사업 현황 중간보고 문서를 제시하며 "도면만 가지고 (회의를) 해서 자료가 없다고 했지 않았나? (해당 문서는) 11월에 벌어진 회의 자료이지 이게 도면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장관님이 보고를 정확하게 받으셔야 한다. (해당 자료는) 16차례 회의 중에 한 날 벌어진 회의에 대한 자료다. 확인을 해보시고 답변내용에 대해서 정정을 하셔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국민의힘 국토위 간사 김정재 의원은 "국토부에서 전례 없이 지난 7년간의 모든 자료 55건을 모두 공개했다. 이런 객관적인 자료조차도 조작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어떤 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도 다 조작이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 장관은 "실무적인 선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고의적으로 자료를 은폐할 의도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같은 자료가 민주당 한준호 의원에게는 제공됐지만 정의당 심상정 의원에게는 제공되지 않은 것에 대해 원 장관은 "빠진 부분들에 대해서 죄송하다. 실무적인 착오에 대해서는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민주, 강하IC 추진 시점 두고도 갑론을박…원희룡 "지나친 비약"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출범한 10일 오후 경기 양평군청 앞에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평=박종민 기자

이날 전체회의에선 원안인 '양서면안'에서 대안노선인 '강상면안'으로 종점이 변경된 과정에 대한 국토부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의도 이어졌다.  

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강하IC를 설치해달라는 양평군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대안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국토부의 주장을 지적했다. 국토부의 주장과 달리 대안노선에 대한 검토가 강하IC 설치 논의보다 먼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홍 의원은 "대안노선도 처음에는 강하IC가 없었는데 나중에 들어갔다.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강하IC를 생각해서 강상면 종점을 만든 게 아니고, 용역회사에서 강상면을 종점으로 했다가 9월에 강하IC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원 장관은 "이것을 엉터리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강하IC 설치는 2021년 5월 민주당 군수 때부터 제기가 되다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당시 국토부에서 선뜻 수용을 안 했었다. 그러다가 다시 지방선거가 끝나고 (강하IC 설치가) 수면 위로 떠올라서 반영이 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희룡, '전면 백지화' 일부 선회 "선동 중단하면 즉시 추진할 것"

위쪽부터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과 대안의 종점. 연합뉴스

이날 원 장관은 최근 '양평 고속도로 건설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것에 대해 '충격 요법'이라고 말하며 기존 입장을 일부 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의혹이 해소될 경우 사업을 재추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여놨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김민기 위원장이 원 장관에게 "백지화가 아니고 중단이라고 이해를 해도 되느냐"라고 묻자 "거짓 선동이 임기 내내 계속된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고 말했는데, 거짓 선동이 중단되면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마음 속이 뭔지 말하라"고 묻자 원 장관은 "거짓 선동이 중단되면 언제든지 정상 추진한다"며 "지금이라도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서 정상 추진 여부는 바로 결정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백지화 선언을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엔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7일 국회 본회의에 서울-양평고속도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해 본격적인 공세를 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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