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역에 내린 폭우로 오리와 닭이 집단 폐사하는 등 축산 농가의 가축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 25일 오후 3시 무안군 일로읍 지장리의 한 오리 농가.
전신 방역복을 입은 보험회사 직원이 농장 입구에 쌓아놓은 포댓자루에서 죽은 오리를 꺼내 수를 세고 있다. 보험회사 직원이 18개의 포댓자루에서 꺼낸 오리는 모두 540마리.
이들 오리는 태어난 지 10여일 밖에 안됐지만 지난 24일 새벽 내린 집중 호우에 오리 농가로 빗물과 토사 등이 흘러내리면서 폐사한 것이다.
아들과 함께 오리 농장을 운영하는 박만일(78)씨는 바로 옆에서 말없이 지켜봤다.
박씨는 "자식들처럼 키우던 오리들이 한순간 내린 비에 죽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20년 넘게 오리를 키워졌지만 이렇게 비가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안에는 지난 24일 하루 동안 193.5㎜의 폭우가 쏟아졌다.
박씨는 "오리들은 물을 좋아해 비만 흘러왔더라면 대부분 살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빗물과 함께 진흙 등이 유입돼 많은 오리가 진흙에 묻혀 질식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당장 살아 있는 오리들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빗물에 장시간 노출된 오리들의 면역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비가 그치자 찾아온 폭염도 문제다. 오리 농장이 있는 무안군은 지난 25일 오전 11시를 기해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박씨는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이제는 폭염까지 찾아와 걱정이다"면서 "오리는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더위에 취약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안군 몽탄면 명산리의 한 육계 농장에서도 같은 날 내린 집중호우로 육계 5만 7천마리가 폐사했으며, 무안군 현경면 황토길의 한 오리사육장에서도 오리 2만 1500마리가 빗물에 침수돼 폐사했다.
이처럼 전남에서만 4개 축산농가에서 오리 2만 1800마리, 육계 5만 7천마리, 토종닭 5500마리 등 모두 8만 4300마리가 폐사했다.
무안군은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집계한 뒤 피해에 따라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무안군과 인접한 함평군에서도 피해가 잇따랏다. 함평군 엄다면에 소재한 한우농가 4곳에서는 224마리가 침수됐지만 폐사한 소는 없었다.
광주와 전남 22개 시·군에 지난 25일부터 폭염특보가 발효돼 가축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가축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축산 농민들은 이제 폭염까지 걱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