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충북경찰청 112상황실에서 이미 궁평2지하차도로 신고 장소를 특정해 지령을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경찰서 상황실이나 순찰차까지 지령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구멍이 뚫렸다는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충북경찰청은 23일 참사와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당시 오송파출소 순찰차의 이동 경로와 근무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오전 7시 10분 도로 침수 신고를 받은 뒤부터 9시 21분 궁평2지하차도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순찰차의 모든 이동 경로가 담겼다.
충북청 윤성철 112지역경찰계장은 "경찰이 사고 장소에 적시에 도착하지 못한 점은 사실"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고 당일 현장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거나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는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블랙박스 영상으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보면 당시 오송파출소 순찰차는 오전 7시 4분 '미호천교가 넘치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7시 58분까지 50여분 동안 쌍청리 회전교차로 인근을 중심으로 교통 통제에 나섰다.
이때까지 궁평1·2지하차도 모두 둘러보지 않았다.
그러다 7시 58분 '궁평지하차도 통제가 필요하다'는 신고가 다시 접수됐고, 순찰차는 8시 8분 궁평1지하차도를 통해 궁평1교차로에 도착했다.
신고 장소가 궁평2지하차도였는지 몰랐던 데다, 지하차도 진입을 막기 위한 도로 통제에 적극 나섰다는 해명의 근거다.
이후 8시 37분 '궁평2'지하차도로에 침수 사고가 났다는 등 장소가 특정됐고, 9시 1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는 게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한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충북청 112상황실은 7시 58분 신고를 접수했을 당시 '궁평2'지하차도를 특정해 출동 지령을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112상황실은 '지하차도를 통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신고를 받은 뒤 미호천교와 가장 인접한 궁평2지하차도로 출동 지령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전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오송파출소 순찰차에 장착된 태블릿PC에는 이 같은 지령이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순찰차는 재차 내려진 궁평2지하차도 출동 지령을 받기 전인 8시 37분까지 사고 지점 인근인 궁평1교차로와 쌍청리를 오가며 교통 통제를 벌였다.
8시 13분 청주흥덕경찰서 112상황실은 순찰차가 현장을 도착했다고 판단해 상황을 처리했다.
장소를 특정해 내린 충북청 112상황실의 지령을 청주흥덕경찰서 상황실이 제대로 전파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또 태블릿PC가 고장이었다면, 무전을 통한 출동 확인 등이 미흡했는지 여부도 들여다볼 대목이다.
이에 국무조정실은 상황 인지부터 전파까지 전반에 대해 조사한 뒤 대검찰청에 관련 경찰관 6명을 수사의뢰했다.
한편 청주지방검찰청은 배용원 검사장을 본부장, 대검 정희도 감찰1과장을 부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려 참사 책임 규명을 위한 수사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지난 15일 폭우로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하천물이 밀려 들어와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