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립공원' 해운대 장산 지뢰 위협 여전…주민들 권익위에 호소

부산 해운대 장산마을 주민 138명, 권익위에 민원 제기
사유지에 군 폐기물 매립·레이더 설치 과정서 진입로 파손
장산 정상 인근에 아직 지뢰 매설…"전수조사해야"
군·해운대구 조치 약속…21일 권익위 조정서 서명

해운대 장산 정상에 설치된 표지석. 부산 해운대구 제공

전국 최초의 구립공원인 부산 해운대구 장산이 여전히 지뢰 위협과 군부대로 인한 불편에 놓여 있다는 주민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장산마을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자 군과 지자체는 개선을 약속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1일 부산 해운대구청에서 김태규 고충부위원장 주재로 장산마을 주민불편 해결을 위한 현장조정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지난 3월 장산마을 주민 138명이 권익위에 "마을 인근 군부대로 인한 생활 불편사항 개선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민원을 넣으면서 마련됐다.
 
장산 중턱에 자리한 장산마을은 아래쪽에 육군 제53보병사단과 장산 정상에 있는 공군 제8120부대 사이에 낀 구조다. 마을 주변에는 군용 도로가 놓여 각종 군 중장비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고, 주민이라도 출입증을 제시하고 군 초소를 통과해야 마을에 들어갈 수 있다.
 
장산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군부대 사격으로 인한 극심한 소음·진동 피해를 겪어왔으며, 군이 사용하는 사유지에 폐타이어 등 군용 폐기물이 불법 매립돼 있다고 주장한다. 또 지난 2021년 공군이 장산 정상에 그린파인 레이더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마을 진입로 1.4km가량이 파손됐으나 현재까지 보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마을 등산로 주변에 여전히 지뢰 매설지역이 남아 안전을 위협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장산은 영도구 중리산과 함께 부산지역 대표 대인지뢰 매설지로 꼽힌다. 1970년대 공군 군사시설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발목지뢰 2천여 개가 매설됐다.
 
군은 오랜 기간 꾸준히 제거작업을 벌여 대부분 지뢰를 제거했으나, 일부는 여전히 남아 현재도 지뢰 매설지인 장산 정상 인근 북동쪽 지역은 공군이 철조망을 치고 진입을 막고 있다. 매설 이후 세월이 많이 지난 상황이어서 토사 등과 함께 매설지 밖으로 일부가 유실됐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부산 해운대구 장산에서 등산객들이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제공
이런 상황에서 장산 일대는 2021년 전국 최초로 구립공원으로 지정됐고, 지난해에는 장산 정상이 상시 개방돼 산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장산마을 주민들은 군과 해운대구청에 지뢰매설지역에 대한 전수조사와 안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군은 지뢰제거법이 제정되면 그에 따라 본격적인 지뢰 제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지뢰 제거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국방부가 임의로 제거 작전을 펼쳐왔으나 진행이 더딘 실정이다. 이에 지난해 국회에는 신속한 지뢰 제거작업을 위한 '지뢰제거법'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장산구립공원 관리 주체인 해운대구는 "구민과 등산객 안전에 위협요소가 있다면 지뢰 제거를 포함한 안전조치 방안을 군부대 측과 적극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공군은 파손된 마을 진입로를 보수하기로 했고, 육군은 군용 폐기물 정리와 사격소음 피해 최소화를 약속했다. 또 해운대구는 장산마을 주민들이 군 초소를 통과하지 않고도 마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임도를 조속히 건설하기로 했다.

장산마을 주민 공동대표와 육군제53보병사단,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와 해운대구청은 이날 현장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권익위 조정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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