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업(Up)감정'에 연루된 감정평가사 24명과 감정평가를 요구한 브로커 18명 등 전세사기 일당이 경찰이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일 특정 금액으로 감정평가를 요구한 브로커와 이를 따라 감정평가서를 발급한 감정평가사 42명을 포함, 전세사기범 76명을 검거해 전날(19일)에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명 '강서구 빌라왕' 배후인 신모씨를 조사하던 중 단서를 포착하고 감정평가업계 전반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업감정'은 전세사기 범행을 위해 브로커들이 감정평가액을 높이는 것을 지칭하는 은어다.
전세사기범들은 자기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동시진행형 '무자본갭투자' 수법으로 범행을 벌일 때 가담자들의 수익 배분을 위해 감정평가액을 높일 필요가 있고 임차인들의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을 위해 감정평가서를 요구하고 있어 업감정을 이용해 왔다.
신축빌라는 시세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전세사기범들은 감정평가사들과 공모해 평가액을 부풀리는 '업감정' 수법으로 전세금을 올려받고, 보증보험에 가입해 왔다.
브로커와 감정평가사는 지난해 1월쯤부터 올해 2월까지 범행을 이어왔다.
우선 전세사기 일당이 감정평가 브로커들에게 업감정을 의뢰하면, 브로커들은 감정평가사들이 영업을 위해 개설한 누리집, SNS 채널 등으로 희망하는 평가금액을 요구했다. 브로커들이 요구하는 평가금액을 잘 맞춰주는 특정 감정평가사들의 경우엔 브로커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집중적으로 감정평가를 의뢰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는 컨설팅업자 등으로부터 희망하는 특정 금액으로 감정평가를 받아오는 경우 건당 1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평가사들 역시 감정평가 법정수수료의 일정 비율에 대한 인센티브로 지급받았다.
경찰은 이런 범행을 통해 발급된 평가서 중 상당수가 실제 피의자 A씨의 전세사기에 이용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경찰은 감정평가서의 기재사항을 소속 감정평가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작성하게 하거나 감정평가 업무 중 일환인 현장조사를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여 대행시키는 등 감정평가사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업감정' 수사와 함께 신씨가 관리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수사도 이어갔다. 경찰은 2019년 6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서울 강서구‧양천구‧인천 등 주택 28채를 매수하고 세입자 28명 상대로 보증금 59억 원을 뜯어낸 피의자 A씨를 지난 7일 구속 송치했고, 범행에 가담한 분양업자, 부동산업자 등 33명을 지난 13일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부당행사한 감정평가사 △감정평가 소개 대가 금품 수수한 감정평가사 △감정평가 브로커로부터 대가수수한 대출모집인들을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에 행정처분 의뢰하는 한편, 대가수수 금품에 대해서는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