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된 '오염수 설명회'로 보폭 넓히는 日…수산물 수입 거론도

연합뉴스

일본이 이르면 다음달 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자국 및 외신 언론들을 대상으로 잇따라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설득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완전 철폐하면서 일본 측은 수입 규제 빗장을 풀기 위해 우리나라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9일 외신과 정부 등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염수 처리와 관련해 '8월 방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에 '안전 기준'에 충족한다는 내용이 담긴 점을 근거로 대외 홍보를 통해 여론을 일본 편으로 만든 후 방류에 착수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강한 비바람 등 악천후를 피할 수 있는 오염수 방류 날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통과한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 이후에도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바닷물 표본 채취를 통해 기준에 충족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약속한 상태다. 바닷물 채취를 위한 선박 운항을 위해선 궂은 날씨는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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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와 함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풍평(소문)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자국 내 어민들을 향한 설득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NHK 등에 따르면 와타나베 히로미치 부흥상은 이날 미야기현 시오가마시를 방문해 현지 어업협동조합장 등을 만났다. 와타나베 부흥상은 안전 및 풍평 피해 대책을 설명했지만, 어민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 등은 최근 들어 언론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집중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난 18일 주한일본대사관 주최로 한국 측 언론을 대상으로 오염수 관련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한 데 이어 도쿄전력은 오는 21일 외신 기자 15명가량을 초청해 알프스를 통과한 오염수의 희석 등 해안 방류까지 전 과정에서 설비를 공개할 방침이다.
 
일본은 이같은 대외 여론전에는 집중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방류 모니터링 과정 등 최인접국인 우리 측이 요구한 사안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박구연 국무1차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관련 상황을 발표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

우리 정부는 지난 7일 독자 검증 최종 보고서 발표와 함께 '알프스 필터 점검 주기 단축'과 '측정 핵종 추가' 등 4가지 기술적 보완사항을 권고안에 담았다. 예를 들면, 기존 알프스 필터 점검 주기는 3년인데 우리 측은 알프스 고장 사례 등을 감안해 기존 주기보다 짧은 1년 또는 2년 등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 18일 온라인 설명회에서 일본 측 관계자는 해당 권고안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수용 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아직 일본 측과 그 문제에 대해서 공식 논의가 시작된 건 아니다"라며 "추가적으로 전문가들끼리 논의를 할 때 기술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 그건 그 단계에서 할 문제"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방류에 대한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일본 측 관계자는 온라인 설명회에서 모니터링 인원 구성은 IAEA의 소관이라면서 "제3국 관계자가 모니터링에 참여하면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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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일본 측은 우리 측 내부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문제도 심심찮게 거론하고 있다. 일본 측 관계자는 당시 설명회에서 오염수 방출과 수산물 문제는 다른 맥락에서 논의가 돼야 하는 이슈라고 선을 긋는 동시에 "한국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입 규제 철폐를 위한 설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논의라며 '투 트랙' 분리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오염수 방류 이후 상황 변화에 따라 수입 규제 조치의 지속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우리가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해 식재료로 쓰는 건 안심의 문제고, 심리적인 문제라서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방류 후에도 수산물 관련 부작용 문제가 나오지 않고, 상당 기간이 흘러 사람들이 이걸 굳이 막을 필요는 없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면 수입 규제를 풀게 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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