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아동' 2123명 중 249명 사망…"814명 수사 중"

2015~2022 임시신생아번호만 있는 아동 전수조사 결과
절반 이상 경찰에 수사의뢰…'베이비박스 유기'가 약 55%
주민등록 사실조사 연계 신고 독려…복지급여 관련 정보도 활용

지난 5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출생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추진단' 1차 회의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이기일 제1차관. 복지부 제공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당국에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미신고 아동' 2천여 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약 12%는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학대 등 범죄 정황이 의심되는 800여 명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병원에서 발급한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 2123명에 대한 지자체 행정조사를 실시했다며, 18일 이같이 발표했다. 임시 신생아 번호란 B형간염 등 출생 직후 맞아야 하는 필수예방접종을 받은 아동에게 부여되는 번호로 보호자 정보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복지부 감사과정에서 지난 2015~2022년 2200여 명의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중 1%(23명)를 표본조사했더니 태어난 직후 친모에 의해 살해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등이 잇따라 발견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감사원과 같은 방식으로 질병청 예방접종 통합관리시스템에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임시 신생아 번호로 남아있는 아동의 소재·안전을 파악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번에 조사한 2123명 중 지자체가 직접 생존 여부를 확인한 아동은 1028명(48.4%)이다.
 
이 중 질병 등으로 숨진 아동은 222명으로 집계됐다. 지자체가 사망신고 또는 병원이 발급한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 등을 통해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경우다.
 
해외를 포함해 출생신고가 됐거나 신고 예정인 아동은 771명으로, 신고 완료된 아이가 대부분(91.3%·704명)이었다. 이들은 가정 내 양육(378명) 외에도 입양 또는 시설입소(354명), 친인척 양육(27명), 가정위탁 등(12명)의 형태로 지내고 있었다.
 
뒤늦은 신고를 앞둔 경우 지연 사유는 한쪽 부모가 친자관계를 부정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혼인관계 문제'가 78.2%(36명)에 달했다. 보호자 중 1명이 미등록 외국인(10.9%·5명)이거나 출생신고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미혼모(8.7%·4명)인 경우도 있었다.
 
외국에서 출생 신고된 아동 21명(2.7%)은 보호자 한 사람이 외국인으로, 해외에서만 신고를 한 케이스다. 해당 국가의 여권이나 출생증명서로 확인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드물지만 의료기관의 오류로 임시 신생아 번호가 잘못 부여된 사례도 35건 있었다. 각각 △사산·유산한 경우(20명) △임시 신생아 번호 중복(1명) △번호 오등록 등(14명)으로 보건소나 병원 측의 실수로 확인됐다.
 
지자체 차원의 소재 확인이 어려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아동은 1095명(51.6%)이다. 생존이 확인된 아동은 254명, 사망아동은 27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경찰은 나머지 814명의 아동과 관련해 범죄 연관성을 수사 중이다. 다만, 해당아동 전원의 생사 여부를 모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김수진 경정은 '미제사건'이 일부 발견될 가능성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아동을 넘겼다고 하는 (불법입양) 건들이 있는데 추적 중인 상황"이라며 "5~6년이 지난 사건도 있다 보니 기록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14명은 워낙 변수가 많아 언제까지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각 시·도청에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수사의뢰 대상엔 범죄혐의뿐 아니라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은 경우도 포함됐다.
 
구체적 사유는 '베이비박스' 등 유기(54.9%·601명)가 가장 많았고 △보호자 연락두절·방문거부 21.2%(232명) △출생신고 전 입양 8.1%(89명) △출생사실 부인 6.6%(72명) △서류 제출 불가 등 기타 9.2%(101명) 등으로 나타났다.
 
사망아동 7명의 보호자 8명은 경찰 수사가 마무리돼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복지부 제공

한편, 정부가 조사아동 출산 당시 보호자의 연령을 파악한 결과, 10대(10.8%·230명)와 20대(40.8%·866명)가 과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위기 임산부'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최다 연령대는 30대 이상(48.4%·1027명)이었다.
 
복지부 조우경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일단 질병청으로부터 받은 임시 신생아 번호에 붙어있는 보호자 연령기준으로 뽑은 정보라 저희도 (원인을) 분석한 자료는 지금 (별도로)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사 과정에서 실제 경제적 어려움 등이 확인된 경우 복지서비스 연계(45건), 출생신고 이행 지원(43건) 등의 후속 조치가 진행됐다.
 
가령 혼외출산 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출생신고 시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면 기초수급 혜택이 끊길까 봐 신고를 미루고 있었다. 이에 주민센터 담당자는 아이가 건강히 자라고 있는 상황을 확인하고, 출생신고를 도왔다. 신고 뒤엔 가정양육수당·아동수당을 신청토록 안내했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계기로 미등록 아동 발굴체계의 미비점 개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우선 법무부는 예방접종 관리시스템 정보상 보호자가 외국인인 아동을 등록외국인 정보와 대조해 아동의 등록 및 출국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두 달 앞당긴 행정안전부는 전날부터 실거주지를 확인하는 한편 미등록 아동 신고기간을 10월 말까지 운영한다.
 
복지부는 보육료·아동수당 등 '4종 급여'에 대해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가 발급된 아동을 대상으로 주민등록번호 전환 상황 등을 추적하며 추가사례를 발굴할 예정이다.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에 대한 주기적 출생신고 등을 위해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 중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출생통보제(내년 7월 시행)의 차질 없는 시행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위기 임산부의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보호출산제 입법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김지연 아동복지정책과장은 보호출산제 도입 시 산모 보호방안을 묻는 질의에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와 유사한 방식의 비식별화 코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기일 1차관을 단장으로, 행안부·여가부·법무부·교육부·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범부처 차원의 '출생미등록 아동 보호체계 개선추진단'을 꾸렸다. 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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