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가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국가 최상위 도로계획 상 서울-춘천(양양) 고속도로와 같은 '축'(줄기가 되는 노선)으로 묶인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를 두고 장기적으로 두 도로를 연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이 나오는 반면, 국토교통부는 "계획한 바 없다"며 거듭 부인했다.
2021년 국가도로망계획… 양평道, 춘천道 '같은 축' 지선 변경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 9월 고시된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2021~2030)'에는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동서9축 지선'으로 표시돼 있다.국가도로망종합계획은 국가가 도로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근간이 되는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도로법 제5조(국가도로망종합계획의 수립)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도로망의 건설 및 효율적인 관리 등을 위하여 10년마다 국가도로망종합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따라서 세부적인 도로 건설 사업은 모두 이 계획에 부합해야 한다.
당시 국토부가 수립한 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은 '남북7축*동서9축'이던 도로망 계획을 '남북10축*동서10축'으로 재편한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동서7축 지선'이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동서9축 지선'으로 변경됐다. 동서9축이 바로 서울-춘천 고속도로다.
원주-강릉으로 이어지는 동서7축의 지선이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춘천-양양으로 이어지는 동서9축의 지선으로 바뀐 것.
국가간선도로망 노선도 상에도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동서9축 지선으로서 서울-춘천 고속도로 쪽(우상향)을 향해 보라색 점선으로 표시돼 있다. 또 여기서도 종점은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양평군 강상면(국토부안)이 아닌 예타안인 양서면으로 또렷이 확인된다.
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오고(2021년 5월), 4개월 뒤에 고시됐다. 국토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연계를 염두에 둔 예타 결과를 국가 도로망 계획에 최종 반영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에는 "국토부는 본 사업이 수도권 동남권의 주요 간선도로망을 형성하고 수도권 제1순환선 및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정체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국토부의 반응을 소개하고 있다.
앞서 예타에 참여한 복수의 연구위원들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고속도로와 연계해서 광역교통으로 처리하려는 목적이 컸다"고 했고, 또 다른 위원도 "국토부가 제시한 사업 목적에 '서울-춘천 고속도로 정체 해소'가 제시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까지 축 변경 유지…"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
이 같은 국가 노선 계획은 올해 3월까지도 변경 없이 이어져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고시된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따르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 표에도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동서9축'으로 분류돼 있다. 또 같은 달 국토부가 공개한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2021~2030)의 주요 간선도로망 이미지'에서도 수정 사항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올해 3월까지도 계획이 바뀌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예타를 통과하고 국가도로망종합계획에까지 실린 '양서면 종점안'은 지난해 5월 19일 용역업체가 타당성조사를 시작한 지 50일 만에 강상면안에 밀려나게 된다.
양서면보다 남쪽에 위치한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면 두 고속도로의 거리는 더 멀어진다. 10km 정도 우회해서 분기점(JCT)을 한 번 더 갈아타야 해 그만큼 건설 비용과 이동 시간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교통계획 분야에서 15년 이상 연구한 한 대학 공학과 교수는 해당 국가도로망종합계획 변경 내용을 확인한 뒤 "동서9축의 지선이라는 명칭과 함께 동서9축이 양양(서울-춘천 고속도로)으로 이어지는 내용이 문서에 명시돼 있다"며 "지금은 노선이 양평까지만 잡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고속도로가 이어지는 계획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점선이 위쪽(춘천 고속도로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최근 CBS노컷뉴스 취재에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연계 계획은 없다"는 국토부의 해명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예타 진행 과정에서 이번 사업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로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수도권 구간 내 극심한 교통체증 해소가 제시됐던 만큼, 이를 고려해 같은 축으로 묶은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023년 7월 14일자 "[단독]서울-양평고속道…'강상면안'이 예타서 빠진 이유"]
국토부 "양평서 종료…축 개편하면서 지선 정리"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울-춘천 고속도로와의 연결 계획을 세운 적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국토부 관계자는 "지선이라는 것은 갖다 빼는 하나의 가지로, 그런 계획(두 고속도로 연결)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며 "(춘천 고속도로 정체 해소는) 기대효과 중 하나로 얘기했을 뿐, 예타 분석에서도 기대하기는 힘든 것으로 나와 이후부터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서7축 지선에서 동서9축 지선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서도 "동서7축 지선이 많아서 동서8축을 만들면서 동서9축 지선으로 갖다 붙인 것일 뿐"이라며 같은 축인 서울-춘천 고속도로와의 연계 가능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