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前위너 남태현 첫 심경고백…"5억 빚에 식당 알바"

KBS1 '추적 60분' 미성년자 마약중독 실태 집중진단
남태현 "마약 투약, 인생 자체 처참히 무너지는 행동"
제작진 "다이어트약 등 남용…청소년 마약 통로 열어"

'추적 60분'에서 자신의 마약 중독에 대한 심경을 전하는 가수 남태현. KBS 제공
그룹 위너 전 멤버인 가수 남태현(29)이 자신의 마약 중독을 인정하면서 처음으로 심경을 고백했다.

남태현은 14일(금) 밤 10시 방송되는 KBS1 탐사보도 프로그램 '추적 60분'에 출연한다.

이날 '추적 60분' 제작진에 따르면, '마약중독자가 된 아이들…텔레그램은 10대를 노린다'는 주제로 미성년자 마약 중독 실태를 다루는 이날 방송에서 남태현은 "(청소년들이) 마약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인생 자체가 처참히 무너지는 행동"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4년에 데뷔한 인기 아이돌 그룹 위너 출신 남태현. 그는 지난해 8월 필로폰 투약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트시그널3'에 출연했던 방송인 서민재(30)와 함께 검찰에 송치된 남태현은 현재 마약 투약 혐의로 불구속 수사 중이다.

마약으로 몸과 마음이 망가지면서 사람들은 하나둘 그의 곁을 떠났다.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 무렵 절박한 심정으로 재활센터 문을 두드렸다.

현재 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인 '인천 다르크'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마약에 중독되기까지 이야기를 고백했다.

남태현은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마약류 의약품인 다이어트약을 접했고,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를 복용했다. 그는 정신과 처방을 받아 먹기 시작한 의료용 약물 남용이 마약으로 가는 통로를 열어줬다고 했다.

제작진은 "이는 지금 청소년들이 '다이어트약'과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ADHD 약'을 남용하는 현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진단했다.
 
남태현은 마약 투약으로 인한 생활고도 고백했다. 마약 투약 이후 남은 것은 빚 5억원과 연체된 카드값이었다. 본인 집은 물론 부모님 집까지 내놔야 했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곧 식당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이다. 아끼던 기타 한 대를 제외하고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팔았다.

제작진은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남태현에게 연체 대금을 독촉하는 문자가 계속 오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마약이 10대들 우상이었던 그를 한순간에 바닥까지 끌고 내려간 셈이다.

열네 살 여중생, 텔레그램으로 40분 만에 마약 구매


지난해 검거된 미성년자 마약사범은 481명으로 역대 최다 수치다. 미성년자 마약사범은 해마다 늘고 있다. 10대 마약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지연(가명)이는 마약중독자다. 열여섯 살 때 지인 권유로 처음 엑스터시를 접했다. 호기심에 시작한 마약의 끝은 필로폰이었다. 1년간 20여 차례 투약한 필로폰은 지연이의 일상을 망가뜨렸다. 현재 열일곱 살인 지연이의 약물 남용 선별 검사 결과는 '매우 위험'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뇌가 성장 중인 청소년의 경우 마약 부작용과 후유증이 성인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필로폰 투약 여중생 사건' 당사자인 열네 살 예린(가명)이는 텔레그램 마약방에서 직접 필로폰을 구입했다. 손에 마약이 들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0분이었다. 열네 살도 언제 어디서든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대한민국 마약 범죄 현주소다.

제작진은 "텔레그램 마약상들과 접촉해 그들이 어떻게 미성년자를 타깃으로 마약을 판매하는지 추적해 봤다"고 했다.
 

'마약 음료 사건'…왜 하필 강남 학원가였나


지난 4월 전 국민을 놀라게 한 '강남 마약 음료 사건'을 벌인 이들은 강남 학원가에서 필로폰이 섞인 음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빌미로 학부모를 협박했다. 음료병에는 '메가 ADHD'라고 적혀 있었고, 집중력이 좋아지는 약이라며 홍보했다.

제작진은 "음료를 마신 피해자는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해 9명이었다"며 "당시 음료를 직접 마신 학부모를 만나 당시 상황을 들어봤다"고 설명했다.
 
'강남 마약 음료 사건'은 보이스피싱과 마약이 결합한 최초 사건이자 10대를 대상으로 한 마약 사건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강남 학원가였을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강남, 송파, 노원 등 학구열 높은 지역에서 ADHD 치료제가 가장 많이 처방됐다. 일각에서는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 오남용된 결과라 말한다. 즉 '강남 마약 음료 사건'은 강남 학원가의 ADHD 치료제 수요를 파악해 벌인 신종 범죄라는 것이다.
 
'합성 대마'는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새로운 마약이다. 대마초보다 5배 이상 환각 효과가 강하고, 각종 약물이 혼합된 신종 마약이다. 대부분 액상 형태로 유통돼 전자담배에 넣어 필 수 있다.

지난달에는 미성년자에게 합성 대마를 전자담배인 것처럼 속여 피우게 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거된 일당 5명 중 4명이 10대 청소년이었다. 이들은 주변 미성년자들에게 전자담배라고 속인 합성 대마를 제공한 뒤 중독시켜 판매하려는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제작진은 "청소년 시절부터 합성 대마를 피웠다는 청년들을 만났다"며 "합성 대마는 소변 검사나 모발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새로운 마약이 등장하면 국과수에서 성분을 분석하고, 식약처에서 신종 마약으로 등록한다. 이렇게 등록된 마약만 검출 가능한데, 마약사범이 증가하면서 2020년 대비 지난해 국과수의 마약 감정 업무량은 3.6배 이상 늘었다. 매주 2, 3개씩 만들어지는 신종 마약을 모두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작진은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여러 신종 마약이 고착화돼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금이 마약 확산을 막을 마지막 고비라는 것"이라며 "마약은 호기심에 단 한 번만 투약해도 중독으로 이어지기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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