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만난 60대 김모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 익산에 거주하는 김씨는 매일 2시간씩 아내에게 근육 마사지를 해주러 면회 온다. 하지만 일부 의료진이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김씨의 아내는 준중환자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문제는 준중환자실은 평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2시간 면회할 수 있지만, 면회가 제한되는 중환자실은 오전과 오후에 각각 30분씩 총 1시간만 면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씨는 "파업으로 인해 좀 힘들다. 간호사가 없어지면서 일을 못하니까 준중환자실이 싹 없어지고 환자들이 퇴원하거나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며 "준중환자실로 간지 2주 정도됐는데, 다시 상태가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집은 익산이고 딸 집은 경기 용인이다. 면회 시간 사이에 다녀올 수도 없다"며 병원 로비에서 다음 면회시간을 기다렸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가 처우개선·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일부 병원에서 환자들의 혼란이 빚어졌다.
오후 3시쯤 방문한 국립중앙의료원은 평소보다 매우 한산했다. 방문객이 입장하자 입구에서 병원 관계자가 파업중이라고 안내했다. 접수 창구도 6개 중 2개만 운영됐다.
병원 관계자는 "평소에는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오늘은 (보다시피) 2~3명 정도만 보인다"며 "병원에서 미리 파업 사실을 알리고 입원 또는 진료에 어려움이 있다고 안내를 했다"고 설명했다.
파업 사실을 모르고 병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환자도 있었다. A씨는 "최근 위내시경을 했는데 그 부위가 아파서 진료를 보러 왔다"며 "배 아파서 왔는데 진료를 못 받고 그냥 참고 내일까지 있어야 하니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필수의료인력이 남아있어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는 환자들도 있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70대 양모씨는 "새로 들어오는 환자들이 못오니까 불편할 수는 있겠다"며 "입원해있는 환자들은 수간호사와 의사 등 남은 의료진들이 돌봐주니 괜찮다"고 말했다.
이날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도 파업의 여파가 느껴졌다. 우선 병원 1층 주차장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걸려 이용하지 못했다. 방문객으로 소란스럽던 병원 로비도 텅 비었다.
안과를 방문한 80대 이모씨는 "(이날 파업인지) 몰랐다. 1층에 차가 못들어오게 문을 막아둬서 2층으로 걸어오기가 힘들었다"며 "원래 오후 1시 진료인데 오후 3시로 두 시간이나 진료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병원 관계자는 "외래진료나 입원 응급실 등 필수 유지 인력을 유지하고 가용 인원을 최대로 해서 필요한 의료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총파업에는 전국 18곳 상급병원을 포함해 145개 병원에서 의료인력 4만 5천여 명이 참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