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0%로 4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75%(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7% 기록했지만, 8월 이후 (다시) 올라서 연말에는 3% 내외로 움직일 것이라는 게 저희 베이스라인(전망)이고, 내년에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나온 6월 미국 소비자물가(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지난해 기저효과 등으로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연내 인하 이런 건 이야기할 수 없다"며 "물가 목표인 2%대 (물가 상승률)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기가 연말이 될지, 언제가 될지 못박는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또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려 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나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 등이 (그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흐름의 물꼬를 뜨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에도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날 경우 금리 조정을 통한 대응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가계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연착륙하도록 통화정책 목표로 갖고 대응하자는 생각"이라며 "가계부채가 예상 밖으로 늘어난다면 금리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 여러 정책 옵션을 통해 대응할 것이며 금통위원들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우리나라 순위가 13위로 3계단이나 하락한 것과 관련해서는 추후 환율 변동 등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저출산과 구조조정 미흡 등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명목 GDP가 13위로 떨어진 것은 환율 변화에 기인한 단기적 순위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에너지에 많이 의존해서 석유 가격이 오를 때 달러 대비 환율 절하가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앞지른 브라질과 러시아, 호주는 에너지 생산국으로, 환율 영향이 덜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단기환율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조정을 미뤄서 경쟁력이 둔화되고 성장률이 낮아져 경제순위가 떨어지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단기 환율변동보다 눈에 보이는 추세를 구조 개혁하지 못해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받아들이지 말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