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안 노선의 강하IC 위치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교통량 분석에서 빠졌다'는 중요 사실도 뒤늦게 공개돼 의혹이 일고 있다.
국토부, '예타안·대안노선 동일 조건 분석'…입장 급선회
그러면서 '대안노선의 강하IC 위치가 정확히 결정되지 않아 교통량 증가 효과는 현재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시말하면, IC가 없는 예타안처럼 대안도 강하IC 설치에 따른 교통량 증가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으니 두 안을 동일한 조건에서 분석했다는 것이다.
CBS 노컷뉴스는 이날 오전 국토부의 교통수요 조사가 심각하게 형평성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 [단독]IC 쏙 뺀 '양평고속道' 교통량 분석…"국토부, 눈 가리고 아웅")
국토부는 지난 10일 서울-양평고속도로와 관련한 언론브리핑에서 "타당성조사 과정에서 도출된 최적안(강상면안)의 이용 교통량은 예타안과 비교했을 때 일 평균 약 6천대가 많다"고 설명했다.
CBS는 이같은 국토부의 교통수요 분석에 대해 '심각한 결함이 뒤따른다'고 보도했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대안 노선에는 강하IC(나들목) 설치가 반영된 반면, 예타안에는 IC가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동일지역을 지나는 노선이라도 IC가 있어 차량 진출입이 더 용이한 노선의 교통량이 더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CBS는 이에 따라 '객관적인 교통수요 비교를 위해서는 예타안이 아닌 양평군이 지난해 7월 제시한 1안(강하IC 설치, 양서면 종점)을 대상으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의 이날 보도정정자료는 CBS의 이같은 보도가 파장을 일으키자 고심 끝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무자는 "IC 반영"…하루 만에 180도 바뀐 답변
무엇보다 국토부측은 예타안과 대안, 그리고 양평군 제시 1안에 대한 각각의 노선 특징에 따른 교통량 분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도로국 담당자는 전날 CBS의 전화 취재에 응하면서 "기존안(예타안,양서면안)에는 IC가 없고, 대안(강상면안)에는 IC를 반영해서 교통량을 평가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분명한 목소리로 "맞다"고 대답했다.
또 "일부에선 대안에는 IC가 반영된 교통량이고, 기존안에는 반영이 안 된 것이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는 얘기도 있다"는 질문에는 "예타안은 IC를 하고 싶어도 못했다. 그쪽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컷뉴스는 '예타안이 아닌 양평군이 지난해 7월 제시한 1안(강하IC설치, 양서면 종점)과 비교해야 객관적인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도 이어갔다.
이 국토부 담당자는 "1안은 어려운 것이지 아예 안되는 건 아니잖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건 IC도 문제지만 노선이 완전 힘든 거였다. 한강도 900m 건너고, 국수역도 고가로 넘어가야 하는데 마을 옆에 40m짜리 교량이 있으면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1안에 대해 교통량 조사를 아예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상 불가능한 안이니 교통수요 조사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입장으로 풀이됐다.
국토부의 설명을 정리하면 △'강하IC 설치가 반영된 대안노선과 IC가 없는 예타안을 대상으로 교통수요 조사를 한 것은 맞다' △'예타안은 IC 설치가 쉽지 않아 대안과 교통량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1안은 IC 설치도 문제지만, 노선이 사실상 불가능해 교통량 조사를 하지 않았다' 등으로 요약된다.
이처럼 구체적으로 예타안과 대안 노선의 교통량 분석에 대해 설명했던 국토부가 기사가 나가면서 파장이 커지자 하루 만에 "강하IC 설치 위치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이에 따른 교통량 증가 효과를 대안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을 뒤집은 것이다.
강상면안 띄우기 급급한 국토부…불완전 교통수요 내세워
국토부와 양평군이 지난해 7월부터 서울-양평고속도로와 관련해 진행한 논의를 보면, 그 때부터 강하IC 설치는 변수가 아닌 '상수'였다.
국토부의 해명대로라면 현재 강하IC의 정확한 위치도 확정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교통수요도 진행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이처럼 불완전한 교통수요 분석 결과를 언론에 서둘러 공개하며 특혜의혹이 있는 강상면안의 적합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주무 부처로서 온당한 자세는 아니다.
의혹을 서둘러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야당과 시민사회 등에서는 '의사결정 과정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크지만, 국토부의 대응은 미온적이기만 하다. 언제나 문제가 불거지면 뒤늦게 꿰어맞추기식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토부가 지난해 1월 발주한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 과업지시서에 명시된 예정공정표를 보면, 교통수요 예측은 지난해 8월말까지 끝내도록 돼있다.
하지만 마감 시한이 10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교통수요 예측이 끝나지 않았다는 해명도 석연치 않다.
또 국토부가 '최적안'이라며 그토록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강상면안의 강하IC 위치조차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이유는 또 무엇인가?
국토부는 당초 경동엔지니어링 관계자를 앞세워 해명을 시도했다. 이 역시 떳떳하지 못한 궁색한 행보다. 왜 언론 브리핑은 국토부가 해놓고 그 뒷감당은 힘없는 설계사에게 떠넘기는가. CBS는 이를 공식 해명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우리는 늘 발주처인 관(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을(乙) 중의 을'입니다. 한번 괘씸죄에 걸리면 두고 두고 사업하기 힘들거든요."
최근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을 둘러싼 취재를 진행하면서 한 엔지니어링 회사의 간부급 설계사에게서 들은 말이다. 그는 "정부 부처나 지방 정부나 갑질은 비슷하다"고도 했다.
묻고 싶다. '국토부는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는가?'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