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근무하던 청년 A씨는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 목돈 마련 금융 상품인 '청년내일채움공제'가 만기가 되자 곧바로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A씨는 "관리직 사원으로 입사했지만 사장은 물론 사장 부모와 사장 자녀 등 사장 관계인들이 시키는 잡무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며 "고정 업무에 잡무까지 처리해도 돌아오는 것은 최저임금 뿐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이같은 상황에서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도 되자 퇴사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A씨처럼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 근로자들이 '청년내일채움공제'나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등과 같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 근로자들의 목돈 마련 상품의 만기가 되고 나면 이를 수령한 뒤 곧바로 중소기업을 퇴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가 2년간 300만원을 적립하면 회사가 300만원, 정부가 600만원을 지원해 만기 때 1200만원을 지급하는 공제 상품이다.
쳥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는 5년간 근로자가 720만원을 내면 기업이 1200만원, 정부가 1080만원을 보태 3천만원을 주는 방식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만기 전에 중도 해지하면 근로자 책임 여부에 따라 적립금의 일부만 받는 등의 불이익이 따른다. 때문에 만기 때까지 버티다 만기금을 받고 나면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기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공제에 가입했던 직원이 만기가 되자 갑자기 퇴사를 통보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첫 만기가 돌아온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가입자의 퇴사 글이 잇따르고 있다.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의 올해 만기 예상자는 1만 4210명으로,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만기 뒤 퇴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상품과 달리 만기가 5년으로 길어 그동안에도 중도 해지가 많았다. 지난 2018년 시작돼 지난해까지 모두 15만 6869명이 가입했는데, 만기 이전에 중도에 해지한 사람만 5만 2176명이나 된다. 32%가 중도 해지한 셈이다. 중도 해지 사유의 70% 정도는 근로자 이직 및 퇴사 등 근로자 본인의 귀책 사유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가 청년내일채움공제나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등과 같은 목돈 마련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중소기업 재직 청년 근로자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동시에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청년층의 유입과 장기 재직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이 회사의 열악한 업무 환경과 전근대적인 기업 문화에 실망하고 사표를 던지면서 '중소기업 청년층 유입 및 장기 재직 유도'라는 목적은 전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 재직 청년 근로자의 소득 보전이라는 목적도 흔들리고 있다. 공제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큰 액수였던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상품이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되고 올해부터는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플러스'로 바뀌었다. 만기 3년간 근로자가 600만원을 내면 18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줄었다. 가입 가능 대상도 기존 중소기업 재직 청년에서 50인 미만 제조업과 건설업종 중소기업으로 축소됐고 연봉 제한 조건도 신설됐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이 줄다 보니 지난 2월 말부터 모집을 시작한 '플러스 공제'는 지난 5월말 현재 가입자가 2726명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