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서울 한복판 '개고기 시식', 아직도 불법 개도살장에선…[이슈시개]

시흥 불법 개도살장(왼쪽)·지난 8일 서울 도심서 개고기 먹는 대한육견협회 회원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연합뉴스

무더위가 본격 기승을 부리는 '초복', 개 식용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먹을 권리"를 외치는 대한육견협회와 "생명 윤리"를 내세우는 동물보호단체의 충돌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11일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본점 앞에서는 개 식용을 막으면 안된다는 대한육견협회 회원 200여명이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개고기를 꺼내먹겠다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반면 같은 시각 인근에서는 카라와 동물자유연대 등 전국 31개 동물단체·시민단체가 모인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이 '2023 개 식용 종식 촉구 국민대집회'를 개최했다.

동물단체 측은 "개식용 종식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며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기형적 개식용 산업은 더이상 존속될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견협회에서는 개지육을 먹는 만행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육견협회는 "지금까지도 몸이 약한 일부 사람들이 몸보신을 위해 주기적으로 찾는 건강 음식을 금지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맞섰다.


임신견까지 끌려온 개 도살장의 참상…법은 '있으나 마나'




이 가운데 개식용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불법' 도살장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앞서 6월 12일 '카라'와 동료단체 'KK9'이 시흥시 개 도살장 강제 진압을 시도했다. 무허가 도살장을 거쳐 불법 유통되는 개고기 거래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한 트럭에 30~50여 마리씩 욱여넣어진 채 간신히 숨을 붙잡고 있는 믹스견들. 간발의 차로 개 3마리가 목이 베인 채 죽어있었고 바닥에 있던 철장에는 공포에 질린 개들이 도살 당하기 직전 상태에서 발견됐다.

이중 2주 후면 6마리 새끼를 낳는 만삭견과 이미 임신 중기에 접어든 어미견은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채 설사를 하고 있는 처참한 모습이 포착됐다.

동물단체와 도살장 업주의 현장 대치가 시작된 지 약 4시간이 지난 뒤 경찰과 지자체 담당관의 입회 하에 도살자를 설득, 24마리 생존견들의 소유권을 포기시켰다.

불법 개도살장 강제 진압 현장.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한편 법조계와 동물단체는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불법 행위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27일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르면 더이상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는 근거다.

시행 규칙에 따른 '정당한 사유'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며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허가, 면허 등을 받은 경우 △다른 법률에 따라 동물의 처리에 관한 명령, 처분 등을 이행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했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CBS노컷뉴스 통화에서 "'정당한 사유'를 제외한 동물 도살이 법으로 전면 금지된 건 명백한 상황"이라며 "개정 전에는 학대로 처벌될 수 없는 구멍들이 존재했는데 현재 완전히 닫혀있다"고 전했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됐음에도 시행규칙에 머물러 있는 현실에 대해 이 대표는 "인간사회 모든 문제가 법에 명문화 돼 있지 않기에 (불법 도살) 산업 자체가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재 개식용 금지 내용을 담은 법안과 조례가 잇따라 발의되고 있는 상황인데, 국회에서 선제적으로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카라 동물행동권 측 또한 "명확하게 금지된 임의 도살 행위가 곳곳에서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단속에는 너무 미온적이며 개식용 산업 종식 절차 마련에 대해서는 지지부진하다"고 정부를 집중 성토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