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 "우리는 기계 아니고 사람…기본권 보장하라"

노동계 "정부, 이주노동자 지역 이동 제한은 기본권 침해"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 이주·인권·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이주노동자 기본권 제한·사업장변경 개악하는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희영 기자

최근 정부가 일정한 권역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는 등 이주노동자의 지역 이동 자유를 제한하기로 한 가운데 이주노동자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기본권 침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11일 오후 양대노총과 전국 이주·인권·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한은 기본권 침해"라고 규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외국인정책위원회를 열고  '비전문(E-9) 이주노동자의 숙식비, 사업장 변경 및 주거환경 관련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3년간 3회로 제한하고 있어 '강제노동 금지원칙'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더 나아가 정부는 이번 방안에 '지역 제한'까지 추가했다.

이주노동자는 그간 같은 업종이라면 전국의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정부는 "지역소멸 위기 대응"을 이유로 일정한 권역 안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겠다고 막았다.

이날 발언에 나선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선택의 자유가 없어서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이주노동자 없이는 산업현장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이주노동자 고용하지 못하는 사업주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이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주들의 이익에만 희생돼 왔다. 장시간 노동하며 자다가 죽고, 다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는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다. 똑같은 노동자로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9월 시작된 '외국인 근로자 숙식비·사업장 변경 관련 실무TF'에서 올해 6월 노동부가 갑자기 지역제한안을 제출했고 강한 반대에도 별다른 공론화 없이 졸속으로 며칠 만에 통과시켰다"며 "산업현장의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이주노동자를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펴는 반면 권리보장 정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역할 해 주기를 바란다면 기본권을 후퇴시키고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 △임시가건물 숙소 금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주거환경 보장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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