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돌아가 불편" 농민들 자비로 다리 설치했는데…처벌 논란

"통행료 징수해 사익 챙겨"…관변 언론인 후시진 "관료주의적 발상" 비판

양광망 캡처

70㎞를 돌아가야 하는 주민들의 통행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자비를 들여 하천에 부교(浮橋)를 설치한 중국 농민 18명이 무더기 처벌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펑파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린성 타오난시 와팡진 전린촌의 주민 황더이는 2005년 친척들과 함께 마을 앞 타오얼 하천에 부교를 설치, 주민들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의 계속된 민원에도 현지 당국이 다리를 놓아주지 않아 직선거리 2㎞에 불과한 하천 맞은편의 안취안촌을 오가기 위해 70㎞를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더이는 2014년에는 13만 위안(약 2천300만원)을 들여 13척의 소형 철선(鐵船)을 용접해 이어 반영구적인 부교로 만든 뒤 1~10위안(180원~1천800원)의 통행료를 받았다.

타오난시는 이 부교 설치가 수질관리법을 위반했다며 2015년부터 3년 연속 매년 1만 위안(약 18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다만 "벌금을 부과하면 다리를 철거할 필요는 없다"며 이 부교 운영을 묵인했다.

그러나 2019년 타오난시 공안국은 황더이가 부교 통행료를 징수, 5만3천 위안(약 960만원)의 사익을 챙겼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그를 형사 구금한 뒤 재판에 회부했고, 타오난시 인민법원은 그해 12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와 함께 부교 건설에 관여한 17명도 징역 3개월~징역 2년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달 상급 법원인 바이청시 인민법원에 의해 기각당했다. 이들은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부교는 철거돼 운영이 중단된 채 하천 변에 방치됐으며 논란이 일자 타오난시는 올해 가을까지 이곳에 다리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황더이는 "강제로 통행료를 징수하지 않았고, 통행자들이 차량 크기나 통행 인원수에 따라 편한 대로 지불했으며 현지 주민들에게는 통행료를 받지 않았다"며 "주민 편의를 위해 선의로 한 일인데 범법자가 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개인이 임의로 다리를 놓고 통행료를 챙긴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로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지만 "당국을 대신해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데 앞장선 사람을 처벌한 것은 부당하다"며 황더이를 지지하는 여론이 더 강했다.

와팡진의 한 공무원도 "그가 통행료를 강제 징수한 적이 없다"며 "다리가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요구가 컸고, 부교가 설치돼 하천을 사이에 둔 전린촌과 안취안촌 주민들의 왕래 거리가 훨씬 단축됐다"고 말했다.

313만명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거느린 뤄샹 중국 정법대 교수와 중국의 대표적인 관변 언론인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장도 황더이 등에 대한 사법처리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후시진은 최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글을 올려 "사법은 인지상정과 상식을 거스를 수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한 현지의 처리에는 기층 민중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 관료주의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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