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환자 권역응급센터 이용시 본인부담 상향 검토

119신고시 초기상담 강화…응급·중증도 자체 판단할 앱도 개발
의료진 '사법리스크 완화' 강조…"환자 측에 충분한 예우 갖춘 보상"

연합뉴스

정부가 권역내 최상위 전문 응급의료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는 경증환자들에 대해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건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돼온 '경증환자 과다 유입'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권역응급센터가 중증응급 환자의 적시 치료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게 가급적 경증은 다른 지역 의료기관을 찾게 하겠다는 취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7일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현장 의견을 들어보니 권역(응급의료)센터라고 하는 큰 종합병원들에서는, 경증환자가 가는 경우 본인부담을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건의가 있어서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응급실은 단순 찰과상 등 비(非)응급 환자의 경우 응급의료관리료를 전액 본인이 부담하지만, 응급환자는 건강보험 적용 후 일부를 자신이 부담한다.
 
박 차관은 응급실 현장에서는 의료진이 경증환자가 와도 돌려보낼 방법이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 "이건 (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지만 국민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통 (응급실에 갈 때) 119로 전화를 거시는데 초기상담을 좀 강화해서 큰 병원에 안 가셔도 되는 상황이면 2차 응급의료기관이나 지역의료기관에 가시도록 그렇게 (안내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환자나 보호자가 스스로 응급·중증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셀프 트리아제(self-triage)'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박 차관은 "기술을 이용해 자가진단알고리즘을 내장한 앱을 개발하고 있다"며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증상에 맞게 조치해야 될 상황, 응급의료기관은 어디가 적절한지 등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선 의료진이 '경증이시니 작은 병원에 가시는 게 좋겠다'라고 안내할 수 있게 정부가 작성한 표준화된 안내문 같은 것들을 배포해 협조를 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의료정보 제공을 위해 기존에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만든 앱인 '이젠(E·GEN)'도 적극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차관은 "앱을 열어보면 내 주변에 이용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이 다 표시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차관은 이날 필수의료 현장에서 호소하고 있는 '사법리스크'를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대구파티마병원 소속 전공의도 지난 3월 관내에서 발생한 10대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 차관은 "(의료진들이) 사법리스크를 굉장히 어려워하시는데, 사실 형사절차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논의해보니 결국 사고를 되돌리긴 어렵고 환자·가족들에게 예의를 갖춘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환자 측에 대한 합당한 보상체계를 갖춘다면, 의료진에게 가해지는 사법 압력도 다소 경감될 거라는 구상이다.
 
박 차관은 "미국의 예를 들면, 미국 의사들은 연봉이 아주 높은데 보험료를 굉장히 많이 낸다. 소송 등의 비용을 커버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도 사실 의협(대한의사협회)에 의료사고공제조합이 있는데 규모도 너무 작고 운영이 조금 불투명한 문제가 있다. 이런 것들을 제대로 양성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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