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1 미만'의 초저출산 등으로 소아청소년과 폐원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방의 한 소청과 의원이 "보호자의 악성 민원으로 문을 닫는다"고 선언했다.
6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한 소청과 의원은 이날 "OOO 보호자의 악성 허위민원으로 인해 2023년 8월 5일로 폐과함을 알린다"는 공지문을 게시했다.
본인의 이름을 내건 간판으로 진료해온 A원장은 "꽃같은 아이들과 함께 소청과 의사로 살아온 지난 20여년, 제겐 행운이자 기쁨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부가 붓고 고름, 진물이 나오는 증상으로 내원한 4세 아이의 보호자가 '간호사 서비스 불충분'을 이유로 허위 악성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정상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이 소아환자가 앞서 찾은 병원에서와 달리 2번의 내원 후 차도를 보였음에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돼 "환자가 아닌 이런 보호자를 위한 의료행위는 더 이상 하기 힘들다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보호자가 아닌 아픈 환자 진료에 더욱 제 진심을 다하기 위해 소청과 의원은 폐과하고 (만성) 통증과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적었다. 또 "더 이상 소아청소년 전문의로 활동하지 않아도 될 용기를 준 OOO 보호자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해당 공지문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A원장은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과의 통화에서 해당 환자와의 진료과정에서 일부 비급여 항목이 발생해 동의를 구했음에도, 이 보호자가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2천 원 환불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보호자는 환불 직후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이번 사례를 두고 "우리나라 모든 소청과 의사들이 오늘도 겪고 있는 문제"라며 "A원장께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얘기를 들어보니 더 심각하고, 더 화나는 일"이라며 "이건 정말 전 국민이 알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소청과는 다른 과에 비해 의료진의 '감정 노동'이 많은 과목으로 꼽힌다. 본인의 증상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신해 나서는 보호자의 진료 외 요구, 민원이 많다는 점이 최대 애로사항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