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은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법원에 배상금을 걸어두는 공탁을 추진하고 있지만 광주지방법원에서 공탁 신청을 수용하지 않는 불수리 결정을 내리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와 관련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는 공탁 절차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한 반면 외교부는 불수리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의절차에 착수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4일 광주지방법원에 따르면 광주지법에는 지난 3일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징용 피해자 4명 중 생존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에 대한 공탁 신청이 접수됐다.
이에 대해 광주지법 공탁관은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공탁은 제3자 변제 방식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서류상으로 확인됐다는 이유로 '불수리'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식 할아버지에 대한 공탁 신청은 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양 할머니와 관련해서는 앞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 중 변제 수용 거부가 명시된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 할머니와 이 할아버지 이외에도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징용 피해 4명 당사자나 유족 측도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법원이 추가로 공탁 '불수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광주지법은 "이번 불수리 결정에 대해 별도의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는 것 같다"며 "외교부가 이의신청을 하게 되면 담당 판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2018년 대법원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지원단체'는 이날 외교부를 방문해 "역사정의 훼손하고 피해자 인권 짓밟은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대일 굴욕외교 중단하고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공탁 절차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이사장은 "외교부는 제3자 변제를 반대하는 채권자(피해자 4명) 12명의 주소지 관할 법원에 배상금을 공탁하고 있다"며 "강제동원 일부 피해자들이 제3자 변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나타낸 만큼 법원의 추가적인 공탁 불수리 결정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법 공탁 신청 '불수리' 사례와 관련해 외교부는 "공탁 제도는 공탁 공무원의 형식적 심사권, 공탁 사무의 기계적 처리, 형식적인 처리를 전제로 해 운영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라며 "공탁 공무원이 형식상 요건을 완전히 갖춘 공탁 신청에 대해 '제3자 변제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며 불수리 결정을 한 것은 공탁 공무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자 헌법상 보장된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유례가 없는 일로 공탁 공무원은 소속 다른 동료 공무원들에게 의견을 구한 후 '불수리 결정'을 했는데 이는 공탁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독립해 판단하도록 한 '법원 실무 편람'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변제 공탁 제도는 원래 변제를 거부하는 채권자에게 공탁하는 것으로서, 그 공탁이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판단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