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불법 금품 살포·수수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돈봉투' 전달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용수씨를 바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4일 오후 박씨를 구치소에서 소환해 조사 중이다. 박씨는 전날 밤 11시쯤 정치자금법과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박씨가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송 전 대표의 경선 캠프에서 실무를 총괄하고 자금을 관리하는 등 핵심 역할을 맡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앞서 구속기소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이어 박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이 송 전 대표와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현역 국회의원들을 겨냥한 수사에서 발판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로 무소속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의 구속 여부를 심사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해 그동안 수사가 다소 주춤했지만 새롭게 동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씨가 2020년 8월 전당대회와 2021년 5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송 전 대표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가 경선 캠프의 비용을 대신 지불하게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20년 5~10월 컨설팅업체 '얌전한고양이'에 의뢰한 경선 관련 여론조사 비용 등 9240만원을 먹사연이 대신 내게 하고, 허위 견적서를 꾸몄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정치자금법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 전 감사 등과 공모해 스폰서로 불리는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고 현역 의원 등에게 6750만원을 살포한 혐의(정당법 위반)를 받는다.
2021년 4월 윤관석 당시 민주당 의원에게 2회에 걸쳐 국회의원 교부 명목으로 6천만원을, 같은 달 서울지역 상황실장 이모씨에게 선거운동 활동비 명목으로 50만원을, 또 다른 서울지역 상황실장 박모씨에게 전화 선거운동을 위한 콜센터 운영 자금 700만원을 각각 건넨 혐의(정당법 위반)다.
검찰은 아울러 박씨가 먹사연의 전당대회 관여 자료들을 없애려고 먹사연 사무국장에게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포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전날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그 이유로 '증거인멸 염려'를 들었다. 검찰이 소명한 범죄 혐의나 법리적인 쟁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증거 인멸 정황이 결정적인 구속 사유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씨는 지난 5월 3일 검찰 소환 당시 '돈봉투를 만든 적이 있는지', '강래구 감사에게 지시받았는지', '외곽 조직과 연결하는 역할을 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지적해 검찰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박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최대 20일 동안 박씨를 상대로 이번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를 보고받거나 지시·개입했는지 아니면 묵인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후 검찰은 박씨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돈봉투를 받은 현역 의원들을 특정하고 이들과 송 전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