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박계의 '맏형'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왜 만났을까.
내년 총선 출마설(說)이 돌고 있는 최 전 부총리와 이 전 대표의 공통점은 당의 핵심부에서 멀어져 있다는 점이다. 최 전 부총리는 '국정농단' 사태로 출당 조치된 이후 복당이 안 됐고, 이 전 대표도 당원권 정지 상태다.
친윤(親尹‧친윤석열) 위주의 총선 공천에 균열을 일으켜야 활로가 열리는 공통된 이해관계가 있다. 뒤집어 얘기하면 이들이 원하는 바를 얻게 되면 '윤핵관' 일색의 공천 기조도 바뀌게 된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만난 최 전 부총리,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청년 인사들은 내년 총선 이슈를 화두로 대화를 나눴다. 한 참석자는 "두 사람의 만남에 나머지가 초대됐고, 최 전 부총리가 '험지에 출마하려는 청년들이니 용기를 갖고 해보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만난 사실이 전해진 뒤 최 전 부총리의 발언으로 알려진 대목이 당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나경원·안철수·유승민·이준석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모두 힘을 합쳐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지난 대선 때 연합군처럼 힘을 합쳤어도 0.7%포인트밖에 못 이기지 않았나. 서로를 적대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수 대통합을 강조한 발언이고, 핵심에는 '박 전 대통령의 힘'이 놓여 있다.
최 전 부총리가 이준석 전 대표를,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을 지렛대로 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합이란 박 전 대통령 세력인 옛 친박계를 껴안는 것이란 조언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에서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반대 세력과도 무소속 연대를 꾸릴 수 있다는 엄포가 회동이 노리는 정치적 의미인 셈이다.
또 다른 옛 친박계 인사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전 부총리에게) 국민의힘이 공천을 안 주면 무소속으로 나가서 당선돼서 국민의힘에 들어가겠다는 그런 스토리가 다 있다"며 "(경북) 경산 분위기는 최경환 전 장관이 조금 우세하다는 얘기가 많이 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 실무급 관계자는 "지금 우리 당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보란 듯이 사진을 찍고, 그 장면을 공개할 수 있는 인사가 누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최 전 부총리의 큰 배포(排布)로 포장된 '보여주기' 의도를 지적한 것이다.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은 불쾌감에 가까운 경계심을 드러냈다. 대구 지역 한 의원은 "이준석계와의 만남은 일종의 과시"라며 "궁극적으론 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경북 지역 다른 의원은 두 사람에 대해 "자기 존재감을 보여주려는 니즈(needs)가 있는 분들"이라고 하석했다. 또 "그게 맞는 궁합인가"라고 되물은 뒤 "지나간 세력들과 미래를 지향한다고 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TK 의원들의 반응에는 옛 친박계의 부상에 따라 자칫 자신들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심리가 깔려 있다. 최 전 부총리뿐 아니라, 유영하 변호사,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대구, 경북 등에서 각각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들이 공천을 받게 되고, 자신들은 낙천될 경우 '윤핵관'을 자처했던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당 분위기가 격앙되자, 이 전 대표는 "일상적인 식사자리였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최 전 의원이) 젊은 정치인들에게 궁금하셨던 점들을 질문하시고, 반대로 그들의 질문에 조언해주시는 것 외에 별다른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