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행사에 저희 현역 의원들이 가면 막으실 겁니까?"
"의원님. 저한테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지난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화가 현역 국회의원과 국토교통부 장관 사이에서 이뤄졌다.
상임위원회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갈 경우 장관이 막아설 것이냐는 질문이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질문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 답변자는 여당 출신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경기도 고양 대곡과 부천 소사를 연결하는 복선 전철인 대곡-소사선 개통식에 야당 소속 의원들이 초대받지 못하면서 웃지 못 할 일이 국회에서 벌어진 것이다.
착공 8년 만에 개통이 이뤄진 대곡-소사선은 고양시와 부천시에서 9호선을 이용한 서울을 출퇴근을 가능하게 하는 이 지역 최대 현안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행사장을 직접 찾을 정도로 정치권의 관심도 뜨거웠는데, 하필 야당 소속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만 초대를 받지 못하면서 이같은 대화가 국회에서 오간 것이다.
대곡-소사선의 성과가 자신들의 공이라는 주장을 앞 다퉈 펴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야당 인사들을 '패싱'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려운 방식이다.
국민 다수는 경부고속도로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건설됐다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자기 집 근처를 지나는 전철이나 버스, 고속도로 등 교통시설이 누구 덕에 만들어졌는지 잘 알지 못하고, 또 관심도 없다.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 인사들만 개통식에 참여한다고 해서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대곡-소사선 개통과 관련해 정부·여당에만 고마움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민자사업인 대곡-소사선의 전체 사업비 1조5767억원 중 경기도 부담분 1030억원보다도 적은 967억원의 국비만 부담했던 정부가 무슨 자격으로 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초청하지 않았는지도 아이러니다.
야권의 비난에 국토부가 내놓은 해명도 궁색하다.
업무추진 과정을 정확히 알지 못한 관련 사무직원의 실수라는데,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중요 행사의 귀빈 초대 작업 중 야당 소속 인사들에게만 실수를 저질렀다는 변명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야당의 대응도 매끄럽지 않았다.
'소사-대곡 구간 몰래 개통식 규탄 의원모임'이라는 명의로 윤 대통령과 원 장관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국토부가 부랴부랴 재초청에 나서자 이 중 3명의 의원이 발걸음을 돌려 행사장으로 향한 것이다.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개통이 이뤄진 만큼 여야 모두 어떻게든 정치적 성과를 널리 알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 만들어진 시설을 짓는데 누가 더 큰 역할을 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설들을 안심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태원 참사의 뒷정리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내 공이 더 크니 네 공이 더 크니를 따지는 것은 볼썽사나울 수밖에 없다.
소사-대곡선 노선 중 가장 혼잡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포공항역만 해도 연결 노선인 김포 골드라인에서 승객이 실신하는 등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출근 급행버스인 70번 버스의 확대운행과 버스전용차로 개통으로 혼잡률이 다소 내려갔지만, 김포시가 70번 버스 페이백을 도입하겠다고 했다가 예산 추산 착오로 백지화하는 등 여전히 미숙한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은 이러한 갈팡질팡 행정이 되풀이되지 않음으로써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지켜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