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관리 배수펌프 고장…광주 농민들 "폭우 피해 키웠다"

광주 남구 대지동 일대 농경지·비닐하우스 침수
밤사이 125㎜ 쏟아져…배수펌프 고장으로 미작동
농민들 "농어촌공사의 늦장 행정, 폭우 피해 키워"
한국농어촌공사 "밤에는 저류량 적정해 배수펌프 미사용, 낙뢰 맞아 고장 추정"

광주 남구 대지동 인근 논에 물이 가득 찬 모습. 박성은 기자

폭우로 인한 침수에 대비해 빗물을 강으로 보내는 역할을 해야 할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광주 남구 대지동 일대의 일부 농경지와 시설하우스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피해 농민들은 배수펌프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의 관리 소홀이 침수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28일 오전 광주 남구 대지동 한 농경지.
 
벼가 한창 자라고 있어야 할 시기지만 밤새 내린 폭우로 빗물이 가득 차면서 어디가 농경지인지 쉽게 분간할 수 없었다. 농경지 곳곳에서는 농민들이 논밭에 가득 찬 물을 빼기 위해 물길을 내고 배수관로를 정비하고 있었다.

한 농경지에는 이미 물이 가득 차 있지만 설상가상으로 관로에서 물이 폭포처럼 연신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 27일부터 광주전남지역에 최대 27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고, 빗물이 차오른 저류지에서 물이 논밭으로 들어오지 않고 인근 강으로 나가도록 하는 배수펌프가 정상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로 인해 축구장 3개를 합친 규모인 2㏊ 정도의 논밭과 시설하우스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남구 대지동 28일 배수펌프 고장으로 물이 가득 차 있는 모습. 피해 농민 제공

피해 농민들은 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사실상 비가 멈춘 이날 오전 7시가 돼서야 배수펌프 수리에 나서면서 뒤늦게 배수펌프가 고쳐졌고 이는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인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송은근(57)씨는 "장마철에 집중호우가 예상됐고 어젯밤부터 많은 비가 왔는데 배수펌프가 작동을 안 했다"면서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처음에는 배수펌프가 고장이 났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조작 미숙으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어 "배수펌프를 설치한 지 5, 6년이 됐지만 농민들은 배수펌프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농민들은 장마에 대비해 배수와 물꼬 관리에 최선을 다했는데 정작 농어촌공사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인근 시설하우스의 피해 상황도 심각했다. 한 시설하우스 내부 농작물은 뿌리가 있는 곳까지 물이 찼다.
 
복숭아, 멜론 등 과일 농사를 짓고 있는 박삼천(78)씨는 "시설하우스가 침수되면 흙을 다시 정비하는 데만 수백만 원이 들어간다"면서 "아침에 보니까 배수펌프가 늦게서야 가동됐고 제대로 된 추가 조치가 없으면 올해 농사는 짓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공통적으로 농어촌공사의 뒤늦은 조치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농민 송현근(60)씨는 "물이 다 찬 뒤에 배수펌프를 고치는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면서 "힘없는 농민들은 가만히 앉아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광주 남구 대지동 배수펌프가 작동되고 있는 모습. 박성은 기자

한국농어촌공사는 낙뢰로 인해 배수펌프가 고장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저류지의 물이 강으로 빠져나갈 때는 펌프가 가동하지 않는다"면서 "새벽시간대 배수펌프가 낙뢰를 맞아 작동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당시 근무자가 호우경보가 발령되기 전과 새벽 4시, 새벽 6시 30분 총 3차례에 걸쳐 인근 지역을 순회하며 배수펌프와 저류지 상태를 파악했다"며 "자연적으로 빗물이 강으로 배수되고 있어 배수펌프를 가동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28일 오전 6시 30분쯤 직원이 점검을 실시하는데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직접 수리하려 했지만 잘 안돼서 협력기관 직원을 불러 해결했다"며 직원이 한 번에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을 뿐 조작이 미숙했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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