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학교급식노동자들의 집단 폐암 산업재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나선다.
학비노조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교육당국은 우리 학교급식노동자가 죽어가는 동안 법적 근거와 예산만 운운하며 차일피일 대책 마련을 미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학비노조는 지난해 산재를 인정받은 피해노동자 6명이 1차 손해배상청구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적게는 14년, 많게는 26년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노동자로 평균 나이는 60세다.
이들은 "학교 급식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폐 검진 결과 2만여 명에 달하는 검진 완료자 중 32.4%가 이상 소견을 보였고, 폐암 의심자는 341명에 육박했다"며 "사망자는 6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1년 4월 학교 급식실노동자의 폐암 사망이 최초로 산재인정을 받았다"며 "지난달 31일 기준, 폐암산재신청은 총 97건으로 이 중 62건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2017년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후드장치 고장으로 매캐한 연기 속에 일하던 급식노동자 4명이 쓰러졌다. 그중 한 분은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한 분은 뇌출혈로 불구의 몸이 됐다"며 "그 산재 사건을 시작으로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줄기차게 투쟁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학비노조 광주지부 김정희 사무처장은 "교육부는 교육현장 산업안전보건의 총괄 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며 "전국 학교 급식실 적정 배치기준과 안전보건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교육감들은 환기시설 개선 예산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언제까지 우리는 폐암으로 동료가 쓰러진 급식조리실에서 그 매캐한 연기와 조리흄 속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일해야 하는가"라며 "폐암 발생의 가능성과 위험을 알고도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국가에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를 폐암으로 내몰아 삶을 앗아간 국가가 폐암 산재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토로했다.
소송을 대리한 임자운 변호사는 "급식실의 작업환경이 조리 노동자 폐암의 발병 원인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견이 없어 보인다"며 "올해 4월 기준, 급식 노동자 55명의 폐암이 산업재해로 인정되었지만, 하지만 그들의 재산적, 정신적 피해가 온전하게 보상되고 있는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재보상금의 보수적인 산정기준에 의해 노동자들의 재산적 피해마저 제대로 보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자들의 정신적 피해는 산재보상 대상에서 아예 배제돼 있다. 어렵게 나마 손해배상 소송을 기획하게 된 이유"라고 밝혔다.
학비노조는 앞으로도 다른 폐암산재 피해노동자들의 국가책임 손해배상 소송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