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과정에서 아이를 잃은 산모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차경환)는 A씨가 대구의 한 산부인과 병원장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가 A씨 부부에게 총 1억7천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7월 해당 병원에서 여아를 출산했다.
진통이 시작되자 A씨는 분만을 위해 이른 아침 병원에 내원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A씨를 살폈고, 이때부터 이따금씩 태아의 심박동수가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원 약 10시간 만인 오후 4시 40분 병원장이자 산부인과 전문의인 B씨가 A씨를 진료하기 시작했다. 약 세 시간 뒤 B씨는 A씨에게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를 모두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곧이어 태아 심박동수가 더 떨어졌고 결국 B씨는 제왕절개를 실시하게 됐다. 그렇게 아이는 오후 8시 20분 태어났다.
그러나 갓 세상에 나온 여아는 심장음이 약했고 자가 울음이 없는 상태였다. B씨는 신생아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약 2시간 뒤 대학병원으로 아이를 전원시켰다.
하지만 대학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아이는 이미 활력 징후를 잃은 모습이었다. A씨가 출산한 신생아는 불과 1시간 뒤쯤 사망 판정을 받았다. 비슷한 시각 A씨 역시 자궁 출혈이 계속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 부부는 병원 측이 제왕절개 수술을 늦게 결정하는 바람에 아이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또 신생아가 위급한 상황에서 상급 의료기관으로의 전원을 지체한 것 역시 아이 사망의 원인으로 꼽았다.
재판부는 이미 이른 오후부터 태아의 심박동수가 여러차례 불안정하게 나타난 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B씨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결과 등을 토대로 "B씨는 늦어도 오후 6시 30분쯤(실제 수술 시작 시점보다 약 2시간 이른 시간)에는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하고 이를 시행했어야 한다"며 B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아울러 B씨는 오후 8시 50분쯤 아이를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할 것을 결정했지만 50분 뒤에서야 대학병원에 전원을 문의했고 그로부터도 30분이 더 지난 후 아이를 출발 시켰는데, 재판부는 "명백한 과실"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분만 전까지 A씨와 신생아에게 특별한 선천성, 유전성 질환이 없었고 임신 기간 중 A씨의 건강에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 역시 참작했다.
다만 재판부는 "임신과 출산의 경우 현대 의학지식과 기술에 따른 주의를 모두 기울이더라도 불의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점, B씨가 수술을 지체하지 않았다고 해서 신생아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분만 과정에 참여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게는 수술이나 전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으므로 이들은 A씨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