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귀국과 동시에 사무실을 꾸리고 최측근들과 회동하면서 정치행보를 위한 담금질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일단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양새지만, 내년 총선 공천룰 개정 문제를 앞두고 계파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책임 다하겠다"던 이낙연, 곧바로 사무실 계약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 하루 만인 지난 25일 오후 설훈·김철민·박영순·윤영찬 의원 등 최측근들과 만찬 모임을 가졌다. 이 전 대표의 향후 역할론을 두고 각자의 생각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는 동시에 서울 종로구 자택 인근에 사무실도 차렸다.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여의도는 피했다는 전언이다.
이 전 대표는 이미 지난 24일 귀국 현장에서 "못다한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이 전 대표가 귀국행 비행기 안에서 직접 고민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정치행보 재개를 알리는 발언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복귀 무대가 민주당이 될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이미 당 혁신위원회가 출범해 돌아가고 있고, 이재명 대표가 최근 자신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한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친이낙연(친낙)계 평가도 있는 만큼, 이 전 대표는 일단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친낙계 의원은 "우리나라가 지금 제일 취약한 분야가 외교·안보 쪽이다. 그런데 당내 전문가가 없다"라며 "앞으로의 방향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에 대한 잘못된 것을 비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공천룰', '개딸'에 민감…친명계는 '견제' 기류
친낙계는 그러나 공천룰 문제에서 만큼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대체로 이해찬 대표 시절 정착한 이른바 '시스템 공천'을 유지해야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다른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난 21대 총선에 적용된 이해찬 전 대표의 시스템 공천을 이제 와서 바꾼다면 공천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스템 공천의 골자는 △평가를 통한 현역 의원 하위 20% 감산 △일반 국민여론조사와 권리당원투표 5:5 비율 경선이다.
이른바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이낙연 전 대표를 공격하는 것을 두고도 친낙계에서의 문제의식이 적지 않다. 친낙계인 윤영찬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제가 '개딸'이라고 하는 분들께 간곡하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이재명 대표를) 독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라면서 "이 대표를 생각하는 마음, 진정성은 알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대표를 죽이는 길이고, 당을 위축시키고, 왜소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전 대표의 복귀를 두고 지난 25일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기 때문에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밝히면서 원팀 행보를 강조했다. 동시에 견제 기류도 감지된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당내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면 당내 분란이 나올 것이 빤한데 그렇게 하겠느냐"라며 "그분도 정치를 오래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최장 초대 총리를 지냈으니 당이 잘 단합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거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