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무대에 오르는 에버(EveR) 6'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감성 교감형 안드로이드 로봇이다. 로봇학습 지휘자 정예지의 지휘 동작을 모션 캡처(몸에 센서를 달아 인체 움직임을 디지털로 움직임)해 프로그래밍했다.
'에버 6'는 지난 26일 '부재' 공연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다르발레그 비르바의 '말발굽 소리'를 지휘한 데 이어 손일훈 작곡가에게 위촉한 신작 '감'을 지휘자 최수열과 함께 지휘했다. 어깨, 팔꿈치 등 관절을 모두 사용해 지휘 동작이 자연스러웠고 박자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는 모습이 마치 사람 같았다.
최수열은 "예상보다 '에버 6'의 지휘 동작이 섬세하다. 연주자나 지휘자가 보기에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까지 발전했다는 건 놀랍다"며 "에버 6의 강점은 정확한 박자 계산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박자가 균일한 곡을 선곡했다"고 말했다.
다만 '에버 6'는 지휘자로서 한계가 명확하다. 치명적인 약점은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것. 최수열은 "지휘자는 악단의 소리를 듣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교정·제안·설득하는 리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에버 6'는 지휘자가 아니라 지휘 동작을 행하는 퍼포머인 셈"이라고 했다.
인간의 호흡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수열은 "모든 음악에는 호흡이 존재하는데 '에버 6'는 연주자들과 호흡적인 타협이 없어서 악단이 연습할 때 여러 차례 오류가 생겼다"고 말했다.
'부재' 공연은 '로봇이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현재로서는 "로봇이 지휘를 비롯한 예술 영역에서 사람을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악단의 악장이기도 한 여미순 예술감독 대행은 "로봇 지휘자가 아니었다면 '감' 같은 곡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창의적인 곡은 상상력에서 나온다"며 "다음에 또 다른 역할을 하는 로봇과 만날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이동욱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에버6'는 프로그래밍된 대로 시연하는 로봇이다. 짜여진 대로 동작을 행한다"며 "1단계로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보여줬고 차기에 데이터 학습을 통해 지휘 동작이 확보되면 지휘자가 원하는 보조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