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해 기준 초‧중‧고 학생 사교육비 총액이 26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자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문항)을 사교육 유발의 주요인으로 지목한 정부가 대학 입시에서 '킬러문항'을 '핀셋 제거' 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으로, 2007년 조사(22만 2천원)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교육비는 지난 2010년에서 2012년, 그리고 코로나19의 영향이 있던 2020년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매년 치솟고 있는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수능에서 킬러문항 출제 배제로 인해 이를 타깃으로 한 고액과외는 줄어들더라도 사교육 자체가 경감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킬러문항을 출제하지 않으면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준(準) 킬러문항을 출제하게 될 터이고, 이에 따라 준 킬러문항을 겨냥한 사교육시장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교원대 김성천 교수는 "킬러문항들을 배제한다고 해도 준 킬러문항들이 출제될 수 있다"며 "결국 사교육에서는 그러한 불안감들을 마케팅으로 끌고 들어와서 접근할 가능성이 있어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증폭될 것 같다"고 밝혔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초고난도 문제가 출제되지 않게 되면서 고액화된 부분들은 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수능 부담이 완화돼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사교육 업계에서는 금방 리스크를 해소하고 적응해 새로운 사교육 상품 영역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웨이 이만기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아마 단기적으로는 학원들을 단속하고 수능 시험에 킬러 문항을 안 내면 학원 수요가 조금 줄 것 같기는 하다"며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원 위치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교육을 잡겠다는 정부가 2025년 일반고 전환 계획을 접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목고를 존치하기로 한 것도 걸림돌이다.
메가스터디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경쟁 체제가 어느 정도 무너져야 사교육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대학 입시도 그렇고, 고등학교 입시까지도 자사고 외고가 존치하게 돼있어서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으로 학생들을 이끌려는 학부모의 니즈(요구)가 있는 한 사교육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송 정책위원은 "자사고나 특목고와 관련해서는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 국가 통계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자사고·특목고 존치와 정부가 추진하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자사고를 희망하는 초·중학생의 월평균 1인당 사교육비는 61만 4천원, 외고·국제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55만 8천원으로 일반고 지망 학생의 사교육비(36만 1천원)보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