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한 축인 '50억 클럽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최측근인 특검보 출신 양재식 변호사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2021년 10월 대장동 개발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양 변호사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박 전 특검은 입장문을 통해 관련 의혹을 부인해 왔지만,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 정황이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중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로부터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받고 금품 등 대가를 받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애초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있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2015년 3월 심사부 반대로 최종 불참했고, 대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만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추후 대장동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우리은행 등 국내 대형 시중은행의 PF대출 참여를 강조해 '자금 조달' 항목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우선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양 변호사와 공모해 2014년 11~12월 컨소시엄 출자 및 여신의향서 발급과 관련해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대장동 토지보상 자문수수료, 대장동 상가 시행이익 등 200억원 상당의 이익과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컨소시엄 구성 실무를 맡은 양 변호사가 이러한 약정을 요구하고,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확답을 받은 뒤 박 전 특검에게 보고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복수의 대장동 사업 관련자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렵 박 전 특검은 2015년 대한변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다만 검찰은 우리은행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애초 박 전 특검이 받기로 약속한 대가도 2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남 변호사 측으로부터 대장동 사업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의 대가로 50억원을 약속받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특히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박 전 특검이 2015년 4월 5억원을 실제로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돈은 토목업자 나모씨로부터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기성씨와 박 전 특검을 거쳐 김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직후 건네졌다. 해당 5억원이 사업협약이행보증금 등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으로 쓰였고, 50억 클럽은 그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검찰은 김씨 등 민간업자들이 청탁의 대가로 박 전 특검에게 이 돈을 건넸고, 박 전 특검이 다시 김씨에게 보내면서 대장동 사업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전 특검이 민간업자들로부터 50억원을 받기로 하면서 담보장치를 걸어두는 차원에서 5억원을 송금한 것이라는 취지다.
검찰은 우선 박 전 특검이 수수한 현금을 총 8억원으로 보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했지만,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7월~2016년 11월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며 받은 2억5천여만원이나 화천대유 직원으로 일한 박 전 특검의 딸이 빌린 11억원 등의 연관성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또 박 전 특검의 딸이 2021년 6월 화천대유가 직접 분양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약 8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