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태어난 子, 베트남 엄마 성 따르도록 변경 허가…"편견 이겨내고파"

남편 "아들, 베트남인으로서의 정체성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법원 "본인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변경을 허가함이 상당하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저의 성·본을 따름으로써 베트남 이주민의 한국인 후손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게 하고 한국 사회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고 싶습니다."

베트남 여성 A씨는 지난 2016년 국립 하노이 대학에서 재학하며 호주 유학을 준비하던 중 여행을 온 한국인 남성 B씨를 만났다.

이들은 그해 12월 베트남에서 결혼한 후 한국에 입국해 경기 양주시에서 가정을 꾸렸다. 이듬해 6월에는 혼인신고까지 마쳤다.

A씨는 2018년 1월 아들을 출산한 뒤 2021년 8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듬해에는 성과 본을 창설해 개명했다.

B씨는 많은 나이의 자신을 배우자로 받아들이고 고국을 떠나 머나먼 타국으로 이주해 온 아내에게 항상 존경심을 가졌다. 가사와 육아를 함께 한 B씨는 양성 평등한 가정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남편 "아들, 베트남인으로서의 정체성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B씨는 아들이 자신의 혈통인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아내의 혈통인 베트남인으로서의 정체성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베트남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매년 겨울방학 동안 베트남 외가를 방문해 아들을 공부시키고, 장차 베트남 소재 대학으로의 유학도 고려하고 있었다.

특히, 어머니의 성·본을 따르게 해 대한민국에서 베트남 여성 이주민이 창설한 성·본의 후손이 대대로 이어지게 하고 싶었다.

A씨 역시 자신의 성·본을 따름으로써 베트남 이주민의 한국인 후손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게 하고 한국 사회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고자 법원에 아들의 성·본 변경을 허가해 달라고 청구했다.

그동안 자녀의 성·본 변경은 재혼 가정에서 계부나 양부의 성·본으로 변경을 구하거나, 이혼이나 사별 후 어머니 혼자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서 어머니의 성·본으로 변경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사건에서처럼 혼인 중인 부부 사이에서 자녀의 성·본을 어머니의 성·본으로 변경을 구하는 경우 이를 허가할 수 있는지에 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었다.

법원 "본인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변경을 허가함이 상당"

의정부지방법원 청사 전경. 홈페이지 캡처

법원은 "본인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성·본 변경을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방법원 이의진 판사는 "친권자․양육자의 의사에 비춰 볼 때, 이 사건 청구대로 사건 본인의 성·본 변경이 이뤄질 경우 내부적으로 가족 사이의 정서적 통합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의진 판사는 "성·본 변경으로 인해 대외적으로 외국 이주민의 혈통임을 드러내고 또 사회의 주류 질서라고 할 부성주의에 반하는 외양이 형성돼 비우호적인 호기심과 편견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 이를 이유로 어머니와 가족 구성원의 개인적 존엄과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상 이익을 무시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청구인과 배우자는 가족 구성원에 관련된 편견이나 오해 등에 맞서 사건 본인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 사건 성·본 변경을 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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