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분양대행업자인 이기성 씨가 법원에 증인으로 나와 남욱 변호사가 성남시장 선거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써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가 앞서서는 사용처를 모른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듣게 돼 알게 됐다라고 말하는 등의 오락가락한 진술을 보이면서 재판부가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기도 한 그는 박 전 특검을 통해 김만배 씨와 남 변호사를 차례로 알게 됐다고도 말했다.
"남욱이 유동규·선거 말하며 돈 요구"…오락가락 진술 지적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2일 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판에 이기성 씨를 증인으로 불렀다.이씨는 이날 공판에서 대장동 분양사업을 위해 만나던 남욱 변호사가 2014년 중순부터 돈을 요구했고, 성남시장 선거 등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2014년 4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남 변호사의 요청을 받고 42억 5천만 원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처음에 남 변호사가 '(사업 성공을 위해) 이재명 성남시장이 반드시 재선돼야 하니 선거에 필요한 자금을 도와달라'라고 했다"라며 "남 변호사와 접촉이 잦아지는 과정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 얘기도 조금씩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 자금이 모두 그쪽(유동규)으로 들어가진 않았겠지만, 그쪽에도 들어가고 사업에 필요한 여러 부대 비용으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실제 돈이 전달됐는지, 어떻게 쓰였는지는 듣지 못했고, 김용 전 부원장 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고 이날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언제, 어떻게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됐는지 들었는가', '남 변호사가 선거 자금으로 어떻게 사용한다는 방식에 대해서도 얘기했는가'라는 김 전 부원장 측의 질문에 "전혀 들은 바 없다. 구체적 얘기는 없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남 변호사로부터 이재명 당시 시장의 최측근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듣지 못하고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서만 들은 것인가'라는 김 전 부원장 측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날 김 전 부원장 측은 이씨의 진술이 바뀌었다며 신빙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지난해 대장동 본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서는 '남 변호사가 저에게 사용처나 이런 것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는데, 오늘은 내용이 전혀 다르다"라고 지적하자, 이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부분을 듣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도 "그 부분 진술이 명확하지 않다. 최초에 남 변호사를 접촉할 때는 선거 자금 이야기는 없던 기억이라는 것인데, 언제 인지하고 누구로부터 들은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씨는 "남 변호사한테 들었다. 처음엔 남 변호사가 자세하게 얘기하지 않았다. 저한테 돈을 받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고 선거에도 필요하다고 그랬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2012년에 박영수 통해 김만배 알게 됐다"
이씨는 지난 2012년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통해 김만배 씨를 처음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A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이후 박 전 특검을 가끔 찾아뵙고 차를 마시려고 B법무법인 사무실에 자주 갔는데, 거기서 우연히 김씨를 만났고, 남 변호사도 같이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대장동 분양대행 사업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선 "박 전 특검의 친척이라서 매칭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 당시에 제가 최고 수준의 실적을 갖고 있어서 남 변호사가 저한테 부탁한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 전 특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씨 역시 지난 16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