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권력 충견'에 휘둘리는 국가권력기관의 난맥상

연합뉴스

요즘 감사원과 국가정보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보면 '도대체 안에서 어떤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 감사원에선 핵심 실세인 유병호 사무총장이 완장을 차고 원장도 무시하며 감사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또 음지를 지향해야 할 국정원에선 원장 핵심 실세로 불린 인사가 전횡한 인사 난맥상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감사원에선 감사원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돌아온 최재해 감사원장이 감사위원들과 간담회에서 본인을 제외한 6명의 감사위원들 상대로 감찰 조사 계획을 통보했다고 한다. 헌법 상 임기가 보장돼 있는 감사위원들을 상대로 '감찰 조사'를 한다는 것은 듣도 보지 못한 일이다. 감사위원들은 즉각 원장의 감찰 조사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무처가 감찰 반을 동원해 감사위원 비서 직원들을 상대로 감찰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 사태의 중심에는 '권력의 충견'으로 불리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있다. 그는 작년부터 전 정부 인사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감사를 주도했다. 작년 10월에는 감사 도중 전 위원장을 대검에 수사 고발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발표한 보도 자료를 보면 전 위원장의 혐의에 대해 모두 '불문 조치'가 내려졌다. 어떤 책임도 묻지 못한다는 결정이다.
 
이 과정에서 더욱 가관인 것은 유 사무총장이 주심 감사위원을 공격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사무총장이 감사위원을 공격한다는 것은 하극상이나 다름없다. 감사원법을 보면 감사원은 원창을 포함한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되도록 돼있다. 감사원은 감사위원회 결정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돼있는 구조다. 중요 결정은 모두 감사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감사원은 15일자 보도 참고자료에서 "(전현희 위원장 사건의) 주심 감사위원이 감사원 관계 법령 상 감사 권한이 없는데도 사적으로 취득한, 신빙성 없는 자료를 기반으로 권익위원장의 부적절 행위를 변호하는 등 감사위원회의 변경 의결과 다른 내용 등으로 감사 보고서 수정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감사위원에 대한 심각한 모욕 행위에 해당한다. 헌법 기구에서 사무총장이 보도자료로 감사위원을 이렇게 비방할 수 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도 최재해 원장은 유 사무총장을 지휘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감사원 내에서 파다 하다. 현직 감사위원에 대한 보도자료 내용이 사실이면 그것은 국기 문란 행위에 해당한다. 반대로 유 사무총장이 전 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사실을 감추기 위해 원장을 활용한 것이라면 이는 권력 사냥개의 헌법 기관 농단 사건이 될 것이다.
 
감사원은 "주심위원이 감사위원회 전부터 전현희 사건에 대한 140페이지 분량의 중요 사항 전부 불문 의견서를 작성해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140페이지의 의견서를 공개하면 된다. 이 의견서를 보면 전 위원장에 대한 조작 및 표적 감사가 사실인지, 아니면 주심 감사위원이 문제가 있는지 사실 관계가 드러날 것이다. 현재 감사원에는 유 사무총장의 전횡을 견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직원들 사이에선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돌고 있다.
 
또 다른 국가 권력 기관인 국정원의 인사 농단 사태도 점입가경이다. 1년 사이 3번 씩이나 대형 인사를 하면서 급기야 투서가 난무하고 대통령의 인사 번복이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원장,차장 기조실장을 제외한 국정원 최고위직인 1급으로 7명을 승진 시켰는데 원장의 오른팔로 불린 김준영 씨가 주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7명 가운데 5명은 승진자인데 그 중 4명이 김 씨 본인과 동기라고 한다. 최고 정보기관의 1급 인사를 셀프 승진은 물론 그의 친위대로 채운 셈이다.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조차 '김 씨가 (박근혜 정부시절의) 추명호 같은 사람인지 판단하는 과정에 있다' 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졌을까. 추 씨는 우병우 전 민정 수석 측근으로 당시 국정원을 좌지우지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정치 파트 출신인 김 씨는 방첩 센터장을 맡으며 노조 압수수색을 주도했고 대북,대공 분야 직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국정원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을 노출시킨 채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여 논란을 낳은 인물이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 조직 장악에 실패한 김규현 원장이 1.2차장을 패싱하고 정치과 출신인 김 씨에 의존하다가 인사 폭탄이 터졌다는 것이 국정원 인사 파동 전말이다.
 
권력은 견제가 없으면 썩는다. 특히 권력 기관들은 더더욱 그렇다. 두 사건 모두 원장들이 권력의 충견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휘둘리다 사달이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권력 기관에서 특정 인사의 '독단'이나 '전횡'이라는 말이 나와선 안된다. 권력의 운영 원리는 견제와 균형임을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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