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공짜 원하면 다른데 가"…동호회에 점거당한 공공파크골프장

공공시설에 연 회비 12만 원 강요 논란

전주시가 조성한 공공체육시설 마전파크골프장 이용 모습. 김대한 기자

"여기선 우리 법칙을 따라야죠."

지난 20일 오전 9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인근 마전파크골프장을 찾았다.

30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무거운 나무채를 힘차게 휘두르는 노인들이 즐비했다.

적당한 운동량과 재미로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 공공파크골프장.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곳이지만, 누구나 사용할 수는 없었다.

전주 인기공공파크골프장, '연회비 12만 원' 무단 점거 논란


마전파크골프장은 전주시가 지난 2018년 4300만 원 가량의 시비를 투입해 조성한 '공공체육시설'이다. 올해는 하천 범람 위험 등으로 1억 5천만 원을 추가 투입해 보수 공사를 마쳤다.

이 파크골프장은 국내 최장 거리 182m, 189m 2개의 롱홀이 있어 파크골프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장소로 꼽힌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이른 시간에도 이곳은 20명 안팎의 파크골프인들로 골프장이 가득 메워져 있었다.

기자는 다리 밑 그늘에서 다음 게임을 대기를 하고 있는 동호인들에게 접근했다.

질문은 간단했다. '바로 이용할 수 있냐'고 물었고, 한 남성은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터뷰를 종합하면, 이곳은 한 동호회 임원진의 허락이 있어야 이용이 가능하다. 연 회비 12만 원을 내고 가입원서까지 쓴 후 이용 예약을 따로 잡아야 한다.

안내 현수막에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적힌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천법에 따라 공공파크골프장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았던 것이다. 동호회에 가입한 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즉 '선택받은 자'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전주시는 빗발치는 민원에 따라 최근 현수막을 게재했다. 김대한 기자

동호회 "회원 수 600명, 공짜 원하면 다른 데 가셔라"


마전파크골프장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접수했다. 자세한 이용 방법을 안내 해준다는 동호회 총무에게 연락을 취할 순서다.

연락을 받은 동호회 총무 A씨는 "당연히 연회비 12만 원이 있어야 이용이 가능하다"며 "이 금액을 내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공체육시설'을 회비를 내가면서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했고, 또 그럴 권한이 동호회에 있는지 물었다.

A씨에 따르면 회원들이 풀을 깎고 청소를 도맡는 등 전반적인 관리를 하기 때문에 회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12만 원이 1년 동안 이곳 파크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 12만 원에는 동호인이 다쳤을 경우를 대비한 보험비 2만 원이 포함되어 있다.

전주시 그리고 시민 누구도 이들에게 '관리'를 맡긴 사실이 없다. 허가받지 않은 관리를 도맡아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전주시는 이 동호회를 공식 협회로 보고 있지 않으며, 당연히 이곳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전주시와 무관하다.

A씨는 불쾌한 듯 통화가 끝나갈 무렵 "공짜를 원하면 다른 파크골프장을 이용해라. 여기선 우리 법칙을 따라야 한다"고 통화를 끊었다.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전주 마전파크골프장. 김대한 기자

전주시 "동호회에 관리 권한 전혀 없어"


전주시에 따르면 파크골프장에 대한 인기가 높아짐과 동시에 회비 강요 등 다양한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는 안내판도 부착하고 해당 동호회에게 수차례 경고를 취한 바 있다.

특히 전주시는 해당 파크골프장 동호회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천법에 따라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공간이다'고 강조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공공체육시설을 점거해 회비를 받으면 안 된다고 (해당 동호회에게) 경고했다"며 "구두로 재발 방지 약속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시정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파크골프장 이용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는 관계로 전주시설관리공단에 위탁 운영을 맡길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

시설관리공단 위탁 운영 시 공단 차원에서 소액의 이용료를 통해 직접 예약을 조율하고 시설을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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