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주소 2개 생긴다? 노마드족 위한 주소제 검토

전남CBS 시사의창

■ 방송 : 전남CBS 라디오 <시사의 창> FM 102.1/89.5(순천) (17:00~17:30)
■ 진행 : 유대용 기자 ■ 제 작 : 전남CBS 보도제작국, 정혜운 작가
■ 대담 :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요즘 라이프스타일이 변함에 따라 5도 2촌 또는 2도 5촌으로 생활하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하지만 행정서류 하나 뗄 때도 실주거지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다르면 불편한 점이 참 많았습니다. 최근 정부가 1인 2개 주소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내용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전화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송승섭> 안녕하세요.
 
◇ 유대용> 정부가 국민 한 명당 두 개 주소를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구요.  

◆ 송승섭> 맞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현재 국민들의 유연한 거주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국민 한 명이 두 개의 주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유연 거주라는 것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지역에 거주하는 형태를 말하는데요. 현재 규제 혁신 과제로 선정이 됐고, 어떤 방식으로 시행할지 어떤 부작용이 예상되는지 이걸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 유대용> 어떤 방식이 검토되고 있나요?

◆ 송승섭>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가주소 제도, 제2 주소 제도, 복수 주소 제도입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달라서 간략하게 설명드리면 가주소 제도는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이주를 하거나 이주할 계획이 있을 때 부여하는 주소를 말합니다. 만약 해당 지역으로 귀농을 고려만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주소 등록을 하면 이주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제2 주소제는 분야에 따라서 다른 주소 제도를 가지는 방식입니다. 가족 관계 등록이나 투표는 원래 주민등록등본에 있는 1주소에서 하고, 납세나 금융 혜택은 본인이 실제로 거주 중인 2주소에서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가족들과 함께 전남에서 살았는데 직장 때문에 2-3년간 서울로 파견을 간다면 지금은 주소를 다 옮겨야 되거든요. 그런데 2 주소제도를 도입하면 몸은 서울이어도 어차피 몇 년 뒤에 전남으로 돌아갈 거니까 가족들 살기 좋게 만들어 줄 전남도지사를 뽑고요. 일은 서울에서 하니까 관련된 세금은 서울에다 내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복수 주소 제도 같은 경우에는 정부가 특정한 범위나 조건을 정해 두 지역의 주소를 온전히 갖겠금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 같은 경우에는 범위나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방식의 유연한 거주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 유대용> 말씀을 들어보니까 우리 생활에 파급력이 클 것 같은데, 제도 도입까지 현재 진행 단계는 몇 단계쯤에 와있나요?
 
◆ 송승섭> 현재는 기초적인 검토 용역 연구 단계이고요. 아마 다음 달 말이면 용역 연구가 완료가 될 텐데 그러면 정부 관계자들이 시나리오별 효과와 부작용 방지책들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할 겁니다.  

국무총리 규제혁신추진단. 홈페이지 캡처

◇ 유대용> 정부가 이런 제도들을 검토하는 배경이 있죠.
 
◆ 송승섭> 네, 그렇습니다. 그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 지자체들이 어떤 정책을 했는지 돌이켜 보면 좋은 기업을 유치하고 병원이나 학교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하는 것들이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지금 저출산 문제 때문에 전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겁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대책으로는 지방 소멸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예를 들어서, 전남의 인구가 늘어난다는 건 곧 다른 지자체의 지방 소멸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 말과 똑같은 거죠. 일종의 제로섬 게임입니다. 거기다가 지금 수도권에 있는 젊은 세대들이 비수도권 지역으로 올려는 의지가 굉장히 적은 상황입니다. 아무리 좋은 일자리를 유치하려고 해도 절대 다수의 기업과 인프라 교육 병원 등이 수도권에 이미 다 구축이 돼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그런데 영영 살지 않아도 가끔은 지역에 거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트렌드는 분명 존재합니다.  소위 말해서 5도 2촌 이런 거죠. 5일은 도심에서 주말 이틀은 농촌에서, 이런 니즈를 잘 파악해서 주소지를 부여하면 어느 정도의 인구 유입 효과를 볼 수 있을 거 아닌가 하고 정부가 생각을 한 겁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두 번째 주소를 부여하게 되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시간도 더 늘어날 거고요. 이러한 이유로 정부가 제도를 만지작 거리는 것 같습니다.

◇ 유대용> 좀 더 구체적인 기대효과도 있죠.  

◆ 송승섭> 특히 세금 문젠데요. 주소지를 뒀다는 건 기숙사든 조그만 집이든 살 수 있는 장소를 해당 지역에 보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재산세가 발생을 하게 되겠죠. 아주 큰 도시 같은 경우에는 재산세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작은 지자체 같은 경우에는 재산세 확보에 곤란함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 명이 두 주소를 갖게 되면 이러한 재산세의 불평등 문제가 다소 완화될 수 있습니다.
 
◇ 유대용> 잠깐 언급하셨지만, 선거만 해도 좀 어디로 해야 되나 이런 의문도 들거든요.
 
◆ 송승섭> 바로 그 문제인데요. 선거법은 정치권에서도 가장 고치기 어렵고 개정 과정에서 늘 진통이 뒤따릅니다. 그런데 한 국민이 두 개의 주소를 가지게 되면 과연 어디에 투표를 해야 되는 건지 두 지역 모두 투표를 할 수 있는 건지 굉장히 애매해지게 됩니다. 특히 어떤 제도를 만들어서 어떻게 투표하느냐에 따라서 정당별로 지역구별로 유리해지거나 불리해지는 국회의원들이 생기거든요. 그렇게 되면 아마 이 문제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선거의 대표성 문제를 어떻게 깔끔하게 처리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투표소 모습. 박종민 기자
◇ 유대용> 좋은 제도 같은데, 일부에서는 제도를 악용할 우려도 있는 의견도 있거든요.  
 
◆ 송승섭> 정부에서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위장전입입니다. 물론 아직 제도가 나온 것이 아니라서 어떤 허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규제가 새롭게 풀리면 항상 빈틈을 노리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또 지방마다 제각기 다른 혜택을 노리는 도덕적 해이도 경계 대상입니다. 쉽게 말해서 주민들에게 혜택이 좋은 지자체를 찾아서 주소만 등록해 놓고, 지자체가 제공하는 혜택만 빼먹는 식의 꼼수가 병행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명의 국민을 위해서 두 지자체가 동원되기 때문에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지적도 있어서요.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사전에 고려해 제도 설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유대용> 정부는 이런 내용 언제쯤 검토를 마칠까요? 이후 상황이 예상이 되나요?
 
◆ 송승섭> 아직 확정된 바가 없습니다. 현재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결과를 받아보고 정부가 이것을 받아들일지 혹은 다시 또 수정할지는 이후의 문제거든요. 정부의 기조에 따라서 제도를 변경할 수도 있고 당정 협의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른 시일 내에 당장 제도가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유대용>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좀 관심 있게 지켜봐야 될 것 같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송승섭> 감사합니다.
 
◇ 유대용>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였습니다.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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