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밝았다.
KBL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고양 데이원 구단에게 최후 통첩을 날렸다. 6월 15일까지 약 보름의 기간 동안 연봉 체불 해결, 추후 구단 운영 방안 마련 등 구체적인 조치를 이행하라고 했다.
지난해 KBL 가입 때부터 잡음이 적잖았고 두 차례 가입비 납부 지연을 겪었으며 선수단 임금 체불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지 못한 데이원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KBL은 데이원이 15일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데이원 스포츠의 구단 자격을 재심의하기로 했다. KBL 회원사 자격을 유지할 것인지 박탈할 것인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16일 오전 7시에 개최되는 임시총회 및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데이원은 마지막 보름의 유예 기간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장 김강선을 비롯한 데이원 소속 선수들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임금 체불로 인해 선수단이 겪고 있는 고통을 호소했다. 이는 사실상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 소속 구단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가 아닌 것처럼 들렸다. KBL이 책임지고 선수단 고통 해소를 위해 나서 달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데이원의 KBL 회원사 자격 박탈이 유력하다면 다음 단계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데이원 사태와 KBL 이사회의 무능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데이원은 첫 가입 심사에서 합격을 받지 못했는데 이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10개 구단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자 했던 KBL의 고민은 이해되는 부분이나 이로 인해 선수들이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다. 이는 김승기 감독과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농구 팬은 무엇보다 선수단 임금 체불에 분노하고 있다. 데이원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KBL 이사회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만약 데이원의 구단 자격이 유지되지 않고 신생 구단 창단 없이 해체의 길을 걷는다면 선수들은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 경우 KBL 이사회는 리그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소속 선수 전원에게 자유계약선수(FA) 권리를 부여하는 방법과 나머지 9개 구단이 드래프트를 통해 데이원 선수들을 영입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어떤 방식을 채택하든 다음 시즌 샐러리캡(구단 연봉 상한선)은 데이원 사태 특수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데이원 사태로 인해 당장 직업을 잃는 선수가 나오는 것을 농구 팬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 항목을 적용하면 선수들은 FA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차기 시즌 각 구단의 전력 구성이 사실상 완료된 시점이기 때문에 특정 선수들에게만 영입 제안이 쏠릴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9개 구단이 데이원 소속 선수 전원을 나눠서 영입한다는 전제 하에 전면 드래프트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는 드래프트 지명 순서 등 어려운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이 모든 것은 KBL 이사회가 차기 시즌 9개 구단 체제를 받아들인다는 전제 하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 경우 추후 10구단 체제가 회복될 경우 확장 드래프트 등 신생팀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KBL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농구단 유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산시를 중심으로 신생 구단 창단을 이끌어낸다면 이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농구계는 데이원 구단을 인수해 선수단 임금을 포함한 부채를 모두 갚고 향후 안정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기업의 등장을 희망한다. 그러나 구단 창단은 보통 일이 아니고 시간 역시 촉박하다. KBL 이사회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