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 등의 영향으로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많이 낮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3%대 상품까지 등장했다. 고금리에 고민이 많았던 차주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가계대출은 들썩이고 있어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5%로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 여기에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이 더해져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4%대로 내려앉아, 지난해 말보다 약 1%포인트 하락했다. 일부 시중은행은 3%대 금리인 상품까지 내놨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주담대 상품의 6개월 변동금리는 연 3.91~6.978%로 집계됐다.
문제는 아파트 매매가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기 시작한 데다 고금리 부담까지 줄어들자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9일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에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증가 폭은 지난 2021년 10월(5조2천억원) 이후 1년7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07조9천억원)이 4조3천억원 늘었다.
항목별로 보면, 주담대의 경우 지난 2021년 10월(4조7천억원) 이후 증가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담대 증가 배경에 대해 "주택 매매 계약 이후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차가 통상 2~3개월 걸린다"며 "지난 2~3월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5월 주택담보대출 수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금융위도 '가계대출 동향'을 공개했는데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지난달 2조8천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출항목별로는 주담대 잔액 증가폭이 3개월째 확대되는 모습이었다. 주담대의 경우 은행권 주담대가 4조3천억원 증가해, 제2금융권 주담대가 6천억원 감소했음에도 불구, 증가세를 이어갔다.
경기 침체 속에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가계 빚 증가세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이미 올해 1분기 가계부채 규모는 국내 총생산, GDP 대비 102.2%에 달한다.
빚이 늘면 그만큼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연체율 증가 등 금융권 부실 문제를 키울 수 있어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 조짐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가계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점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19 종료와 함께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불안을 경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비해서 낮은 상태"라면서 "이자장사 등에 대한 비판이 컸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적은 만큼 당분간 대출금리가 다시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숙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