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에게 질타 받는다고 합니다. 네 나라 사람을 어떻게 신고할 수 있냐고"
테러 위험을 제보한 공로로 국내 체류 기간을 연장 받았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A씨 가족이 체류자격연장 불허처분 취소 소송에 패소했다. A씨가 주장하는 신변 위협 자료만으로는 테러 단체에 의해 직접적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IS테러 위험이 높았던 2018년, A씨는 같은 국적 남성 B씨를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B씨가 IS에 접촉하고 있으며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A씨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휴대폰으로 폭파 영상 등을 보는 B씨가 수상쩍었다고 한다. 동료들에게서 그가 홀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B씨를 관찰하던 A씨는 총기로 추정되는 물건과 폭탄 제조 영상 등을 확인했다.
A씨는 국정원 요원으로부터 증거수집 요청을 받아 협조하기도 했다. 임신 중이었던 그는 5개월의 추적 끝 B씨의 숙소에서 실탄과 공포탄, 사제폭탄 제조법이 든 USB를 빼냈다. 이에 정미선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 소장은 "'내 나라 사람은 멋진 사람들이고 내 나라 사람들은 나쁜 짓을 하면 안 돼'라는 강단 있는 생각을 가진 친구라서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B씨를 검거해 즉각 추방했으며 A씨 가족에 대한 국내 체류 자격을 긍정 검토해달라고 출입국사무소에 요청했다. A씨 가족이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경우 보복 범죄를 당할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2년간 인도적 체류 비자가 발급됐지만, 지난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가 테러단체로부터 받는 신변 위협에 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비자 연장을 거절했다.
그러나 A씨에게 위협은 실재하는 일이다. 2020년엔 본국에 있는 언니에게 신원불명의 남성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A씨의 안부를 묻는 일도 있었다. 정미선 소장은 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A씨가 많은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며 "(A씨는) 사연이 공론화되는 것조차 인도네시아에 어떻게 퍼질지 두려워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소장은 "(A씨의 신고가 없어)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면 수많은 인명피해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영주권까지 줘야하는 상황인데 패소하게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는 항소심을 준비 중"이라며 "국가에서 A씨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국민동의청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