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환자 70만으로 늘린다…'비대면 진료'도 제도화

우수 유치기관 27곳→50곳 이상…비자 발급 완화·보호자 범위 확대
비수도권 의료관광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나눔 의료' 및 홍보 강화

박종민 기자

코로나19 감소세에 따른 일상회복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가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환자를 70만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비자 발급은 완화하고 우수 유치기관을 2배 가까이 늘린다. 최근 시범사업에 들어간 '비대면 진료'는 사후 관리가 필요한 외국인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에 착수한다.
 
보건복지부는 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서비스산업발전 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 수출 활성화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지난 2009년 6만 명에서 2019년 49만 7천 명으로 증가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되며 그 해 11만 7천 명, 2021년 14만 6천 명으로 급감했지만, 지난해 24만 8천 명으로 반등하면서 2019년 대비 50% 수준을 빠르게 회복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유치국가는 2009년 139개에서 작년 192개로 증가했는데, 미국(17.8%·4만 4천 명)→중국(17.7%·4만 3천 명)→일본(8.8%·2만 1천 명)→태국(8.2%·2만 명) 등의 순이다. 진료과는 △내과통합(22.3%) △성형외과(15.8%) △피부과(12.3%)에 주로 환자가 몰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019년 기준 외국인 환자·동반자의 의료관광 지출액이 약 3조 331억 원, 이로 인한 생산유발액은 5조 5981억 원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 70%를 웃도는 주요 암 생존율(5년)과 장기이식 성공률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의료기술과 가격, IT(정보기술) 기반 시스템 등에서 높은 국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자체 진단이다.
 
다만, 엄격한 출입국 절차와 특정 진료과 편중, 'K-컬처(Culture)' 등에 비해 낮은 의료 브랜드 인지도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복지부 제공

이에 정부는 재외공관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전자비자 신청 권한이 있는 법무부 지정 우수 유치기관을 27개에서 연내 50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중증질환자 유치 지원을 위해 300병상 이상 대형종합병원이 지정 신청할 경우 가점을 부여한다. 우수 유치기관 대상으로 전용 보안검색대와 출입국 우대심사대 이용(최대 3명 동반) 혜택도 준다.
 
지난해 기준 최대 5명만 동시 초청할 수 있었던 일반 유치 의료기관의 '비자 쿼터'는 10명으로 상향한다. 질병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외국인 환자의 간병인·보호자 범위는 배우자와 직계가족에서 형제·자매로 확대하고, 동반자에 대한 재정능력입증서류 제출 의무를 면제한다.
 
정부는 외국인 환자도 수도권에 쏠리고 있는 점(2022년 기준 78.2%)을 감안해 비수도권 지역에 특화된 유치모델을 개발하고 관련 기반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올해 인천, 대구, 제주, 부산, 광주, 충북 등에 10억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외국인 환자·가족이 치료 후 스파·마사지 등의 관광을 겸할 수 있도록 '웰니스·의료관광 융복합 클러스터'도 구축한다.
 
산업 파급효과가 큰 귀빈(VIP) 환자 및 장기체류환자를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모델도 발굴·홍보한다. 장기치료가 불가피한 불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병원이 지역 호텔·레지던스 등과 업무 협약을 맺어 특가로 예약을 대행한 사례 등이 예시로 꼽혔다.
 
정부는 이미 한국의 주력 분야로 자리잡은 성형·피부과 외 중증·복합성 질환, 한의약 등으로도 유치 폭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종양이나 이식 등 치료사례와 국내 의료기술·병원 등에 대한 온·온프라인 홍보를 지원하고 환자 송출 협력도 추진한다.
 
현행 유치 의료기관 '평가·지정제'는 '평가·인증제'로 변경한다. 교육·연수 등 인센티브 확대 등을 통해 인증 유치기관 참여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병원급 의료기관 인증평가 시엔 유치 의료기관 인증평가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절차도 축소한다.
 
외국인 환자의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전문인력 또한 체계적으로 늘린다. 정부는 중증·고령자 등이 보호자 없이도 입국 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외국인환자 전담 간병인(Caregiver)을 양성할 예정이다.
 
통역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전문 의료통역사 양성도 확대한다.
 
코로나19 위기경보 하향에 맞춰 이달부터 시작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국외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의료해외진출법 개정을 통해 국내 의료인이 해외 소재 외국인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하는 행위가 허용되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사전상담·사후관리 모두 의료인 간 원격협진만 가능한 상태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의료 이용 경험 및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은 본국에 돌아간 후 '회복관리(39.5%)'와 '한국 의료진과의 연락(31.2%)'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의료진과의 연락을 우려한 환자 중 89%, 진료 후 회복관리를 염려한 환자 79.7%는 비대면 의료서비스 이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사전상담 등을 지원하는 사업 대상국도 늘리고, 지난해 성과가 우수한 의료기관(성광의료재단, 몽골·부인과질환)은 지원을 이어간다.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주변국 환자를 국내 초청해 무상 진료하는 '나눔의료 사업'도 더 확대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재외공관 등의 추천으로 선정되며 작년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후 9개월 심장병 환아 등 4명이 의료지원을 받았다. 지난 2011~2022년 28개국에서 총 418명이 발굴 지원됐다.

 
복지부 제공

'K-의료'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에도 힘쓴다. 정부는 재외공관, 코트라(KOTRA), 해외문화홍보원 및 한국문화원, 보건산업체 등과 상시 협의체를 꾸려 민관협력사업을 활성화한다.
 
아울러 '메디컬 코리아(Medical Korea)'를 아시아 최고의 글로벌 컨퍼런스로 키우는 한편 주요국을 대상으로 한국의료관광대전도 개최한다. 또 한국 의료관광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얻을 수 있도록 홈페이지와 메타버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홍보도 강화한다.
 
한편, 정부는 매년 해외진출 우수 의료기관을 선정해 'K-헬스케어(가칭)' 마크를 부여하는 등 K-의료서비스의 수출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진출 성과가 우수하다고 평가된 기관은 국가·지역별 '공공 거점협력센터'로 지정해 지원한다.


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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