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순천만 가리맛조개는 숨쉬고 싶다…굴초에 고사 위기

[환경주간 기획 ①]

거차해역 어민들이 뻘배를 타고 가리맛조개를 채취하는 모습. 순천시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르포]순천만 가리맛조개는 숨쉬고 싶다…굴초에 고사 위기
(계속)

"굴초에 막혀 뻘이 못 빠져나가…가리맛이 숨 막혀 죽고 있다고…"

남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전남 순천 별량면 거차해역. 물때에 맞춰 찾아가니 거차마을이 품고 있는 진면목인 '갯벌'과 마주할 수 있었다.

집 밖 대문만 나오면 지천으로 갯벌이 펼쳐져 있는 이곳 어민들은 뻘배를 타고 바닷일을 한다. 예로부터 가리맛 조개와 참꼬막, 칠게 주산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어민들은 시름에 빠졌다.

거차해역 흔여섬과 장부섬 사이에 거대한 굴초 군락이 생기면서 물 흐름이 막히고 가리맛조개 생산 역시 예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거차해역의 어장 면적은 총 174h. 이 가운데 현재 형성된 굴초 군락은 길이 2km, 폭30m로 총 60ha이상으로 어장 면적의 1/3 정도를 차지한다.

거차해역 조감도. 순천시 제공

굴초가 생긴 이유는 일부 어민들이 30여 년 전에 폐타이어로 만든 굴 양식장 때문이다. 폐타이어에 굴 종패가 다닥다닥 생겨 거대한 암초가 됐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수로 폭이 좁아지고 수로구에는 강한 유속으로 인한 침식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거듭되는 퇴적물로 조류 등 해수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순천만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폐타이어는 바닷물에 부식까지 돼서 어민들은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현재 해안선과 굴초 사이 갯벌 1.35㎢ 정도가 훼손됐으며 거차해역에서 생산되는 패류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순천시에 따르면 전남도 가리맛조개 생산량은 2019년 1252톤, 2020년 952톤, 2021년 560톤, 2022년 28톤까지 떨어졌다.
 
가까이에서 찍은 거차해역 굴초 군락. 순천시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리맛조개를 주 소득원으로 생활했던 어민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어촌 마을계장 김만석(70)씨는 "거차해역은 여자만과 순천만, 고흥 득량만 사이에 위치해 있어 큰 배들이 뻘물을 일으키면 물 들 때 뻘물이 여기까지 올라온다"며 "물이 서서히 빠지면 가리맛 생산에는 큰 문제는 없지만 흙탕물이 굴초에 막혀 떠내려가지 못하고 물 밑으로 가라앉다 보니 가리맛이 뻘 속에 갇혀 숨을 쉬지 못하고 모두 죽어간다"고 호소했다.

40년째 거차에서 어업을 한 이정래(70)씨도 "여기 어민들은 참꼬막, 가리맛, 칠게 다 채취를 하는데 이 포자들이 굴밭 영향으로 살아남지 못한다"며 "굴초 제거는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마을에서 나고 자라 거차해역의 산증인이 된 정병기(72)씨는 "굴밭을 만들 때에는 나중에 피해가 올 거라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갯벌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참꼬막은 5년 전부터 가리맛처럼 퇴적물에 살아 남지 못하고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이유로 거차마을 어촌계 주민들은 지난해 8월 순천시에 굴초 제거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바로 옆 마을인 화포해역에서는 같은 이유로 굴초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순천시는 갯벌 복원을 위해 거차마을의 제거 작업도 추진 중이다.

순천만보전과 관계자는 "갯벌 복원을 위해서 굴초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폐타이어로 형성된 굴초 군락에서 나오는 비점오염원을 차단하고 갯벌의 자연성을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어민들의 고소득 수산물인 가리맛조개 생산력 증대로 어민들이 소득을 지킬 수 있도록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