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이틀 동안 열린 태연의 다섯 번째 단독 콘서트 '디 오드 오브 러브'(The ODD Of Love)는 태연은 물론 관객과 팬들의 기다림이 무척 길었던 공연이었고, 그만큼 기대감도 높았다. 이미 그룹 소녀시대(Girls' Generation)의 콘서트와 팬 미팅으로 체조경기장 매진을 기록한 태연은 올해 데뷔 8년을 맞은 '솔로' 가수로서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 시야 제한석까지 매진시키는 새 기록을 세웠다.
공연에서 떼창과 응원이 금지된 것은 물론,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모이는 것조차 제약받았던 시기에도 태연은 가수로서 꾸준히 새 노래를 냈다. '해피'(Happy) '위크엔드'(Weekend)라는 싱글은 물론 '왓 두 아이 콜 유'(What Do I Call You)와 일본 앨범 '#걸스스피크아웃'(#GirlsSpkOut) 등의 미니앨범, 세 번째 정규앨범 '아이앤비유'(INVU)까지 발표했다. 소녀시대 15주년 앨범, 프로젝트 그룹 갓 더 비트(GOT the beat) 활동과 각종 OST 가창도 있었다.
예상대로, 첫 곡은 정규 3집 타이틀곡 'INVU'였다. 검은색의 긴 드레스를 입은 태연은 '김태연'이라는 연호와 '아이앤비유'라는 우렁찬 팬들의 외침을 뚫고 라이브를 선사했다. '캔트 컨트롤 마이셀프'(Can't Control Myself) '그런 밤'(Some Nights) '세트 마이셀프 온 파이어'(Set Myself On Fire) '사이렌'(Siren) '콜드 애즈 헬'(Cold As Hell)까지, 태연은 정규 3집 곡 무대를 연달아 선보였다.
첫 멘트 후에도 정규 3집 무대는 계속됐다. '품'(Heart) '어른아이'(Toddler) '노 러브 어게인'(No Love Again) '유 베터 낫'(You Better Not) '타임리스'(Timeless)까지 빼놓지 않았다. '플레이리스트'(Playlist)로 시작한 미니 4집 메들리는 '왓 두 아이 콜 유' '투 더 문'(To the moon) '들불'(Wildfire)로 이어졌다.
예상했지만, 기대 이상이었던 것은 '밴드(퍼커션·드럼·기타·베이스·키보드) 연주'였다. 오랫동안 콘서트에서 합을 맞춰온 티가 났다. '콘서트용'으로 노래가 새로 탄생할 줄은 알았지만, 노래의 여운을 더 짙게 하거나, 혹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가게 하는 데 밴드 연주와 편곡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세트 마이셀프 온 파이어'에서는 기타 속주, 힘찬 드럼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원곡보다 훨씬 록적인 느낌을 가미한 '콜드 애즈 헬', 따뜻한 분위기의 피아노 연주와 가사 내용이 잘 어우러졌던 '품', 청량함이 강조된 '위크엔드', 더 활기차고 더 신나진 '유 베터 낫'과 '스트레스', 한층 더 흥겨워진 '불티'(Spark), 더 사랑스럽고 몽환적으로 들린 '투 더 문' 등 밴드와의 만남으로 곡의 강점이 두드러져 만족스럽게 감상했다.
사실 공연 초반부에는 태연의 목 상태가 최상은 아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관객 한 사람으로서 마음 한편에 두었던 약간의 염려를, 태연은 거듭되는 무대로 차츰 잠재워 나갔다. 부른 곡 수가 누적돼 더 피로했을 텐데도, 후반부로 갈수록 무대의 완성도가 더 견고해지는 것을 목격했다. "저도 참 제가 앞으로 어떻게 공연을 해나갈지 궁금하다"라는 태연의 말처럼,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공연이었다.
정확한 발음, 곡에 따라 진성과 가성을 적재적소에 쓰는 능력, 정평이 난 풍부한 감정 표현 등 이번 '디 오드 오브 러브'에서는 '보컬리스트' 태연의 장점을 속속들이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품'은 이날 라이브를 듣고 나서 '재발견'한 대표적인 곡이다. 기타 소리가 중심이 된 미니멀한 편곡의 '왓 두 아이 콜 유' 때는,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구간을 태연이 성공했을 때 관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아주 낮은 음부터 폭발적인 고음까지 넓은 음역을 오가면서도 감정선을 전달해야 하는 까다로운 곡 '베터 베이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따뜻하고 낭만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너를 그리는 시간'(Drawing Our Moments)은 1절에서 여린 가성으로 처리하고 2절에서 진성으로 부른다는 점이 드라마틱했다. 초반부 중저음 비중이 큰 '파인'은 가장 고조되는 부분을 무반주로 불러 기대 이상의 파괴력을 만들어 냈다. '파인'을 부르고 바로 다음에 고음으로 시작하는 '아이'를 부르는 걸 보니, 보고도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추거나 퍼포먼스를 꾸민 무대를 섞어 다채로움을 꾀했다. 대표적인 무대가 '위크엔드'과 '노 러브 어게인'이었고, '유 베터 낫' 때부터는 "여러분, 언제까지 앉아있을 생각이세요?"라며 태연이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담배 피우는 제스처가 맛깔나고 시원한 가창력이 일품이었던 '스트레스'는 관객 호응이 유난히 뜨거웠다.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던 '사계'(Four Seasons) 무대에서는 '모두가 기다리는 곡의 등장'이 얼마나 짜릿한지를 보여줬다. 팬들의 요청이 많았다는 '월식'(My Tragedy) 때도 열광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관객들은 '해피'(Happy) 떼창 이벤트, '3년을 돌고 돌아 내게 와준 기적 같아♥'라는 슬로건 이벤트, '저기 있잖아 사랑해'라는 글씨를 만든 카드 섹션 등 다양한 이벤트로 화답했다. 목이 찢어질 것 같다면서도 "너무 신나. 이 맛에 공연하나 보다"라고 한 태연은 "고마워! 귀여워! 저런 멘트는 누가 생각하는 걸까?"라며 팬들의 '단합력'에 감탄했다. 또한 이날 공연에는 소녀시대 티파니, 효연, 수영, 윤아를 비롯해 다수 연예인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공연 이틀 동안 총 1만 8천 관객을 만난 태연은 오는 10일 홍콩, 24일 대만에서 아시아 투어를 진행한다.